이 기 철

사람들에겐 어제 하루도 인생이었다

플잎들아, 너희의 하루도 생이었느냐

너희들 순결 앞에서는

순결이라 부르는 것조차 불결이다

노래가 되려고 결심한 냇물이 아침을 씻는다

너희가 기울이는 외로움만한 희망

이슬을 풀의 눈물이라고 말하는 것은

불경(不敬)이다

저 자디잔 화필의 수채화가 끝나면

계절은 환성된다

온통 초록의 질문으로 돋는 움들

햇빛의 어느 마음이 푸름이 되느냐

마침내 흙의 귀가 된 풀잎들

빨강 파랑으로 말 걸어오는 햇빛이

온종일 풀잎들과 속삭인다

동풍이 딛고 간 풀잎들아

어떻게 물어야 너희의 생을

초록으로 대답하겠느냐

풀잎들이 기울이는 외로운 희망이라 말하며 이슬을 풀잎의 눈물이라고 말하는 것조차 불경(不敬)이라 말할 정도로 시인의 순결한 정신과 자연에 대한 경외의 마음을 읽는다. 빨강 파랑 햇빛의 마음이 오롯이 풀잎에 스며 빛나는 초록의 정령으로 승화되느냐고 묻는 시인의 섬세하고 순정한 세계관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