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성 선
등잔 앞에서
하늘의 목소리를 듣는다
누가 하늘까지
아픈 지상의 일을 시로 옮겨
새벽 눈동자를 젖게 하는가
너무 무거운 허공
산과 산이 눈 뜨는 밤
핏물처럼 젖물처럼
내 육신을 적시며 뿌려지는
별의 무리
죽음의 눈동자보다 골짜기 깊나
한 강물이 내려눕고
흔들리는 등잔 뒤에
빈 산이 젖고 있다
시인이 아픈 지상의 일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현실의 일은 그리 녹록치 않은 것이다. 별의 무리들 마저 핏물처럼 뿌려진다고 말할 정도로 현실의 여러 부조화와 불균형으로 상처투성이고 고통이 이어지는 것이라는 시인의 인식을 읽을 수 있다. 빈 산이 젖고 있다고 토로하며 그런 질곡의 삶을 구원하지 못하는 절망을 노래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