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면 우

나도 일찍이 황금빛 가을을 꿈꾸었으니

느닷없이 다가올 저녁은 준비하지 못했다

그 오랜 망설임, 글썽임 끝에

나의 여름은 새들의 날개짓처럼 희미해지고

사는 일 어김없이가 가을은 와

지금은 지상의 단 한 번뿐인 여름을

세끼니 밥과 바꾼

등 굽은 사내들 어디론가 떠나는 때

나는 거기 어디쯤 뒤돌아 서서 강의 등에

또박또박 새겨 넣는 침묵의 말

잘 있거라, 내 여름의 강

내게 허락된 여름은 그토록 긴 아픔이었구나

아니, 가슴 뛰는 은밀한 기쁨이었구나

시인이 말하는 여름의 강은 끝없이 출렁이며 탕탕히 흘렀던 청춘의 시간들을 의미한다. 그 흐름 속에는 가슴 뛰는 은밀한 기쁨도 있었고 쓰라린 아픔도 있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 기쁨이나 아픔 혹은 부푼 꿈과 좌절의 씁쓸한 패배감마저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지난 시간들을 뒤돌아보며 가만히 반추하고 있는 시인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