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주 환

마흔을 겨우 넘자 글자들이 흔들리더니

자꾸 눈을 닦아도 달아나는 낱자들

생각은 산 너머 하늘

노을처럼 번진다

다시 고개를 돌려 돋보기로 낱자를 잡다

눈 감고 그저 감감히 눈 감고 볼 수밖에

달아나 벽면에 박힌

그 낱자를 찾는다

눈에 안 뵈던 것들 감으니 더 잘 보인다

낱낱이 가슴에 쏠려 이슬 빛을 단것들

그 모두 용서도 하고

실타래를 풀어 준다

중견 시조시인의 생을 관조하는 깊은 목소리를 듣는다. 젊은 날 그리 잘 보이던 글자들이 마흔 넘기며 조금씩 흐리게 혹은 흔들리며 보이기 시작한 것인데 눈을 감으니 오히려 잘 보인다고 고백하고 있다. 마음의 눈으로 읽기 때문이리라. 마음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 가팔랐던 마음이 평평해지고 꼬였던 관계들이 풀어지고 용서하게 된다는 깨달음에 이르는 시인의 심안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