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한동<br /><br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북한이 지난 3일 낮 12시29분 함북 길주군 풍계리에서 6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설마 그러려니 했더니 그것이 눈앞의 현실이 됐다. 한반도의 초긴장 상황에서 김정은은 한미 합동 군사훈련이 끝나자마자 전격적으로 핵실험을 해 버린 것이다. 북한 당국은 스스로 “대륙간 탄도 로켓(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고 발표했다. 그들의 발언이 엄포가 아니라 현실이며 우리로서는 심각한 안보 위기 상황이다.

이번 북한 핵실험의 위력이나 규모에 관해서는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북의 핵 실험이 대체적으로 수소 폭탄 실험의 완성단계로 가고 있음을 모두가 인정한다. 풍계리 지하 핵실험시의 지진 규모는 우리나라의 기상청은 5.7, 일본 기상청은 6.1, 미국과 중국 지진국에서는 6.3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국 과학기술대의 한 연구팀은 북한 6차 핵실험의 폭발 위력을 역대 최대 규모인 108.3±48.13kt(1kt은 TNT폭약 1천t)로 분석했다. 최저 60.17kt, 최대 156.43kt이란 이야기다. 이 정도 위력이면 나가사키 원자탄의 7.8에 이른다니 가히 공포적인 위력이 아닐 수 없다. 이 정도 위력이면 서울을 한 방에 초토화 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데, 불안해 하는 사람은 찾아 볼 수 없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북한이 미국이나 우리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고 무모한 핵실험을 강행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이 대미 협상을 위한 벼랑 끝에 버티면서 핵을 인정받아 대미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욕심이 지배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나름대로 북한 당국이 그들의 군사적 모험에도 미국의 선제공격은 불가능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듯하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군사적 모험을 싫어하지만 노골적으로 반대하거나 거부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한다. 북한은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과 같은 핵을 가질 때 협상의 지렛대가 달라짐을 잘 알고 있다. 미국의 이들 3국에 대한 잠정적인 핵에 대한 묵인이 초래한 비극이다. 미국은 대중국이나 대중동 견제라는 이중 잣대를 통해 그들의 핵을 묵인한 결과이다.

북핵 실험에 대해 서방의 여론은 들끓고 있다. 트럼프와 아베, 문재인 대통령의 여러 차례의 비상 전화는 위기의 현주소를 웅변해준다. 유엔 안보리는 또다시 초강경 제재를 결의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그 제재만으로 북핵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중국이 실질적인 대북 제재에 참여할 때 그 효과는 배가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무상에 가까운 대북 송유관은 그대로 연결되어 있다. 북·중간의 빈번한 밀무역은 세컨더리 보이콧을 교묘히 피하고 있다. 그 결과 김정은 정권은 이를 악용하면서 자신의 목표 관철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김정은은 막가파식 핵실험을 통해 협상의 레버러지를 쥐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재와 대화`라는 한미의 대북 대화 제의는 북한에게는 마이동풍(馬耳東風)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북핵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일단 한미는 대북 대화제의 옵션은 당분간 포기해야 한다. 북한과의 대화 문제는 한·미간에도 엇박자가 난 지 오래다. 미국 트럼프와 국무장관의 발언 사이에도 입장이 다르니 할 말은 없다. 대북 제제와 압박에 관해서는 미국과는 우리의 입장을 확실히 조율할 필요가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진보 정권으로 교체했으니 북한은 우리의 대화 제의에 쉽게 순응할 것이라는 환상을 빨리 버려야 한다. 노무현 시대의 북한과 현재의 김정은의 북한은 정치 외교적, 경제적 입지가 다르다. 정부는 북한이 핵개발을 통해 남한을 인질로 잡아둔 상황에서 구걸하는 듯한 대북 대화 제의는 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우리의 체면과 자존심만 구기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외교도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한국은 이러한 어수선한 와중에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다 두 마리 다 놓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