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공히 공화국(共和國)이라는 용어를 즐겨 사용한다. 우리는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임을 헌법 1조를 통해 내세우고, 북한 당국은 자기들이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임을 선전하고 있다. 공화국은 국체(國體)를 일컫는 말인데 주권 소재뿐 아니라 그 운영방식도 국민을 위한다는 뜻이다. 이는 왕이 전권을 행사하는 군주국에 대칭되는 개념이다. 그러나 남북한 모두 표방하는 공화국과 실제는 거리가 멀다. 북한은 인민공화국이 아닌 수령공화국이며 남한 역시 진정한 민주공화국과는 아직도 거리가 멀다.

북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젊은 수령의 숙청의 정치, 공포 정치가 계속되고 있다. 김정은 등장 이후 장성택에 이어 권력 핵심층이 여러 명 총살 당했다. 최근에도 부총리 김영진이 처형되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북한 권력 핵심 통일전선부장 김영철도 복권된 최용해처럼 농촌에 가서 `혁명화 교육`을 받는다는 소식도 들린다. 북한의 권력 측근도 고위 인사도 수령의 눈과 귀에 거슬리면 `반혁명 종파 분자`로 낙인 찍혀 숙청된다. 합법적인 재판 절차도 없이 해임되고 강등되고 처형되고 있으니 인민주권의 공화국과는 딴판이다.

북한체제가 수령 독재 공화국으로 전락한데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다. 해방과 분단, 전쟁이라는 한반도의 역사는 북한 땅에 `자유와 민주`의 가치를 아직도 접목치 못한 결과이다. 한말의 전제 정치와 일제 36년의 무단통치만 체험한 주민들은 김일성 수령의 우상화에 거부 반응을 보일 겨를도 없었다. 김일성이 내세운 `반외세 반제 투쟁`과 `남조선 해방`이 주체사상으로 위장하여 통치의 명분으로 그럴듯하게 작용하였다. 여기에다 북한당국은 3대 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한 해괴망측한 어버이 수령론을 전파하였다. 북한 당국은 수령옹위 3대 기둥을 당, 인민, 군대라면서 절대 충성을 강요하고 있지만 이에 누구도 반기를 들 수 없다. 원천적으로 자유민주주의 바람이 봉쇄된 반(反)인민 공화국의 비극이다.

북한 체제만 비판하고 비난할 일이 아니다. 우리도 찬찬히 들여다 보면 반(反)민주공화국적 현상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겨우 절차적·제도적 민주주의는 구비했으나 실제적·실천적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아직도 주권자인 국민의 뜻과는 거리가 먼 탈선의 정치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행 청소년을 선도해야 할 담당 경찰관이 여고생을 능욕하는 충격적인 사건도 있었다. 법을 엄격하게 집행해야 할 현직 검사장이 구속되고, 뇌물을 받은 부장 판사까지 구속되는 충격적인 사태가 발생하였다. 장관 임용을 위한 국회의 청문회에 위장 전입, 부동산 투기 의혹, 부당한 증여, 논문 표절 등은 이제 다반사가 되어 버렸다. 음주운전 경력의 경찰청장 후보가 버젓이 대통령의 임명장을 손에 쥐었다. 이를 감시할 언론의 고위 간부까지 `부패한 기득권 세력`이 되었다니 할 말이 없다. 모두가 국민의 뜻을 배신하는 `탈선 공화국`의 모습이다.

대학 총장을 지낸 어느 원로 가톨릭 사제는 이를 두고 `북쪽은 미쳤고`, `남쪽은 썩었다`고 질타하였다. 그래도 역사의 교훈은 일시적인 굴절은 있어도, 항구적인 모순이 없다는 것이다. 북한의 반인민적인 수령 공화국은 오래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하기 때문 균열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북한 주민들을 `고난의 행군`으로 몰아가면서도 핵을 개발하고 미사일을 발사하는 반인민적 처사는 내우외환에 직면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이곳저곳에서 법치주의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고 불신과 허무주의가 팽배하다. 한국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우리 내부의 탈선과 부패의 정치를 청산하지 않고는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이룰 수 없다. 여야가 정권 쟁탈을 위한 투쟁보다 진정한 `민주 공화국`을 이룰 방도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