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형 준

어머니는 한번도 동백을 보지 못하셨다

심장이 고춧가루처럼 타버려

소닷가루 아홉 말을 잡수신 어머니

목을 뚝뚝 부러뜨리며 지는 그런 삶을 몰랐다

밑뿌리부터 환하게 핀 해당화꽃으로

언제나 지고 나서도 빨간 멍자국을 간직했다

어머니는 기다림을 내게 물려주셨다

어머니 한 생의 가슴에 박힌 붉은 멍자국을 들춰보면서 시인은 어머니의 신산하고 고단한 삶을 기리고 있다. 어머니의 한 많은 한 생이 어찌 짙붉은 꽃잎을 뚝뚝 떨어뜨리는 처연한 동백같은 삶이라 쓰지 않았을까마는 시인은 어머니의 곤고한 삶을 해당화에 비유하고 있다. 시인의 정직성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시가 아닐 수 없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