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영 미

푸른 저 호숫가 어디쯤에 한 몇 평 갈고 다듬어서

내 남자와 오두막집 하나 지어볼까

쪽빛, 물빛 흐르는 풀꽃 향기 짙은 그곳, 따스한 그 품에서 한 시절 오가는 줄 몰라라고 열여덟 폭 몰라라고 열여덟 폭 치맛자락 굽이굽이 펼쳐두고 초비(剿匪)로 놀 비칠 때까지 네가 불러 주는 푸른 노래 들으며 끝 모를 붉은 시 읊어볼까

누군들 시인이 설정하는 이런 아름다운 꿈을 꾸지 않겠는가. 분탕스럽고 어지러운 세상을 벗어나 자연 그대로의 무욕의 삶을 살면서 자연이 들려주는 푸르런 소리들을 모아 시를 쓰고 사랑하는 사람과 둘이서 무한한 자유와 행복을 느끼며 살고 싶지 않겠는가. 눈을 들어 푸른 하늘을 바라보자. 눈 시리게 푸르런 하늘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