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지 월

소월을 만나러 가는 길에

주막에 들렀네

환히 길 밝히는 꽃들이 이 강산 축복인양

자리 털고 일어서고

주막에 들러 퍼마신 술

두만강 저녁노을 같은 얼굴로

비틀비틀 걸어가는 삼수갑산 꽃삼천리길…

이제 더 늙기 전에

그와 만나 배 띄워 강을 건너리라는 생각

정강이뼈에 저려올 때

아, 피었던 꽃들은 지고

뿌리 내린 달빛 위로 늘어나는 무덤뿐

소월이 신고 간 신발자국은

보이지 않네

우리 현대시단의 대표적 서정시인 김소월의 세계에 가 닿아보겠다는 열망이 잘 나타난 작품이다. 눈물과 한스러움의 전통적인 우리 정서를 7.5조 3음보의 우리 가락에 실어 주옥같은 감동을 거느린 서정시를 남기고 간 김소월의 그 서정의 맥을 이어가겠다는 시인 정신이 그의 여섯번째 시집인 `지금은 눈물의 시간이 아니다`에 오롯이 담겨져 있음을 본다. 올 봄엔 진달래꽃 지천으로 피어오른 산천을 뜨거운 가슴으로 가 닿고 싶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