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창 균

모든 쓰러지는 생은

최초의 불을 지필 때의 반대 방향으로 진행한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껴안을 때만

그렇게 최대한 가까이 있을 때만

소멸의 손 맞잡고

불씨로 가거나

연기로 가거나

혹은 추운 생들을 덥히러 가거나 하겠다

장작불이 타오르는 동안

뜨겁게 잡았던 자신과의 악수를 놓고

돌아서 가는 한 사내의 걸음 앞에 떨어지는

초겨울, 오후의 햇살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의 몸을 놓지않는

장작불 앞에서

쉽게 사라지는 것들이

오랫동안 타오를 것들의

아래를 받치고 있음을 본다

장작불을 피우면서 시인은 자신의 문학적 열정에 대한 반성과 함께 타오른 불꽃처럼 혼신의 열의를 바쳐 시를 쓰겠다는 다짐을 한다. 이것은 자신의 문학적 자세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불이 타오르는 것은 소멸에 이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또 다른 생성이요 시작인 것이다. 불을 통해 이 세상과 뜨겁고 치열하게 소통하고 살아가겠다는 의지가 오롯이 나타난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