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종 태
한 생이 딴전 피듯 또 하나의 생을 준비하고 있으니
남겨진 꽃자리들 사이를 비집고
향기가 향기를 불러 한평생의 저녁을 황갈빛으로 염색한다
어린 꽃봉오리는 무채색의 이 세상에 연한 바람을 일으키려마
살아 마음에서 멍 깊었던 사람아 나의 사랑아
조금씩 모습을 바꾸는 꽃그늘에 발 담그고
노을빛 서편 하늘에 더운 이마를 대어 보렴
마음은 생전에 갖고 싶었던 색깔들로 물들리라
날 다 저물면 이 처연한 꽃그늘을 데리고 먼 길 다시 떠나리라
치자꽃 그늘 옆에서 먼저 보낸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며 아름다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아쉬워하고 있다. 살아있는 동안 아픔으로 멍 깊었던 가슴 아픈 사연들을 품고 떠난 사람을 부르며 고운 치자꽃물로 물들이고 싶은 아쉽고 그리운 시간들에 대한 회한이 깊은 작품이다. 날 다시 저물면 저 처연한 꽃그늘을 데리고 먼 길 떠나야하는 것이 우리네 한 생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