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하 림

유리창 앞에서 물끄러미

하나의 별이었던 우리들을 본다

신안 앞바다 소금 밭에서 소금을 구워먹고

동지(冬至)가 지나면 지리산으로 벌목하러 가선,

벌목이 끝나면 또 긴 긴 겨울밤 눈보라를 헤치며

소금의 쓰라림, 어린 마음의

별의 쓰라림을 씹으며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생각할 수도 없이

한없는 길을 헤매이다가

소금에도 벌목에도 눈보라에도

길들여져 버리고 쓰라림에도 길들여져

물 같은 시간을 흘러서

시구문이라든가 남양만에서 또

일거리 없는 서해안의 싸구려 여인숙에서

잠 아니 오는 밤을 보내이느니

일하고 먹고 말하고 생각하는 것

그 가운데서 구하고자 하는 것, 그것은

대체 무엇인가, 무엇이어야 하는 것인가

일정한 거처가 없이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이 일 저 일을 하며 생을 연명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 부랑자다. 시인은 자신을 부랑자와 같은 존재라고 여기며 그러한 유랑의 삶이 갖는 서정성과 낭만성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에 나열되고 있는 유랑의 삶 같은 목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꿈꾸고 염원하는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우리에게도 어쩌면 이런 욕망의 원형질이 형성되어있는 것은 아닐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