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은 봉

어금니 앙다물고 있는 것들아

조용히 눈감고 고개 흔들고 있는 것들아

여린 가슴 잔뜩 안으로 감싸고 있는 것들아

그렇게 웅크려 떨고 있는 것들아

저희들끼리 모여 저희들 이름 부르고 있는 것들아

단단함으로 단단함 불러 제 단단함 다지고 있는 것들아

우기적거리며 아랫배에 힘 모으고 있는 것들아

그래도 속으로는 온통 세상 뒤흔들고 있는 것들아

오직 뼈다귀 하나로 울고 있는 것들아

차마 어찌하지 못하는 것들아

아흐, 이 바윗덩어리들아

이 시에서 바위는 바위를 지칭하지는 않는다. 지금은 바위가 아니면서도 언젠가 바위가 되고 싶어하는 존재들이다. 그 바위가 되기 위해 제 살을 깎고 어금니 악물고, 끝없이 기다리고, 제 속으로 단단함을 다지기도 하고, 오직 뼈다귀 하나로 울고 있는 존재, 그 실체들인 것이다. 쉽게 바위가 되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함께 처한 암담한 현실과 조건들에 분노하며 탄식하기도 하며 열망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