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재 삼

이제 나를 꾸짖는 이라고는 없다

심심하게 여기 와서

풀잎에 내리는 햇빛

소나무에 감도는 바람을

이승의 제일 값진 그림으로서

잘 보아 두고

또 골이 진 목청으로 새가 울고

가다간 벌레들이 실개천을 긋는 소리를

이승의 더할 나위 없는 가락으로서

잘 들어 두는 것밖에

나는 다른 볼 일은 없게 되었거든요

어린 시절 꾸지람을 듣고 마음을 달래러 나갔던 개울가를 이제는 성인이 되어 다시 찾아온 것이다. 이제는 아무도 꾸짖을 사람이 없지만 지난날 풀잎에 내리던 햇빛과 소나무에 감도는 바람, 벌레들 새소리들을 다시 들으며 지나간 시간을 추억하고 있다. 나이 들어도 순수하고 맑은 마음이 짧은 시 한 편에 오롯이 나타나 있음을 본다. 박재삼 시인의 시에서 많이 발견되는 곱고 순수한 시심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