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명 수

개미는 허리를 졸라맨다

개미는 몸통도 졸라맨다

개미는 심지어 모가지도 졸라맨다

나는 네가 네 몸뚱이보다 세 배나 큰 먹이를

끌고 나르는 것을 여름언덕에서 본 적이 있다

그러나 나는 네가 네 식구들과 한가롭게 둘러앉아

저녁식탁에서 저녁을 먹는 것을 본 적 없다

너의 어두컴컴한 굴속에는 누가 사나?

햇볕도 안 쫴 허옇게 살이 찐 여왕개미가 사나?

개미의 허리는 시인의 말처럼 졸라맨 듯 날씬하다. 시인은 개미의 졸라맨 허리를 말하면서 우리 시대를 말하고 있다. 허리를 졸라매고 일하는 민중들의 보편적인 삶의 모습과 그 성실함과 성취에 시안이 가 닿아있음을 본다. 허옇게 살이 찐 여왕개미로 표현된 부도덕한 자본가에 대한 분노도 읽어낼 수 있는, 시인이 발표한 많은 시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빈익빈 부익부의 자본주의 사회 구조적 모순에 대한 시사하는 바가 큰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