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혜 순

남의 가슴에 이토록 뜨거운 낙인 찍는 법을

세상에! 돌림병처럼 자욱한 눈보라

이 병 걸리지 않고는 네 몸을 건너갈 수가 없겠구나

모든 삶의 밑바닥에는 끔찍하게 무겁고

끔찍하게 힘들고, 끔찍하게 뜨거운 것 있잖아?

그 뭉쳐진 것이 터지는 날

세상에! 눈보라처럼 흐느끼는 바이러스 같은 것!

나 어떻게 이 숨찬 눈보라를 건너가지?

사랑은 사랑이 있는 곳에서 가장 많이 모자란다는데

네 몸 속에 눈보라처럼 자욱한 사랑이 있다는 것이 아주 인상적으로 읽혀지는 작품이다. 돌림병처럼 바이러스처럼 번지고 번져나가는 것이 사랑이다. 진정한 사랑은 자욱하다고 말하고 있다. 왜냐하면 끔찍하게 무겁고 힘들고 뜨거운 것이기 때문이다. 숨찬 눈보라 같은 것이 바로 진정한 사랑이라는 말에 귀 기울여 봄직하지 않은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