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아침 8시 인천공항을 떠나 일본의 후쿠오카공항 앞에 대기한 리무진에 오르니 겨우 1시간 반이 지난 9시 30분이었다. 공항건물은 20년전 그대로인데, 입국수속은 좀 더 신속·친절해 진 것 같다.

2시간을 달려 가라츠시에 도착했다. 이 도시는 당진(唐津)이라고 쓰는데, 이곳이 일본에서 자기가 가장 처음 만들어 진 곳으로서, 임진왜란때 조선도공들이 끌려와서 이곳에서 자기를 만들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은 좋은 흙으로 그릇을 빚고, 유약을 바르고, 1천400도에 구워내어 질 좋은 자기를 만들어 내었다. 이것이 일본의 역사·문화를 전폭적으로 바꾸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전에는 귀족들만이 자기를 가질 수 있었는데, 이들 조선도공들로 인해 자기가 좀더 널리 이용되었고, 유럽으로 수출까지 하게 되었다.

이곳의 겨울은 꽤 쌀쌀한데, 보리밭이 많아 한국의 농촌풍경과 비슷하다. 일본 전역에 까마귀가 많은데, 이 지방에만 까치 떼가 있어 까마귀들이 기를 못 편다고 한다. 이 까치들은 임진왜란 때 한 왜장이 한국에서 60여 마리를 포획해와 풀어주었기에 그 후 불어난 것이라고 한다. 이 까치와 까마귀는 같은 과의 새인데도 한국에서는 각각의 이미지가 크게 달랐다. 까치는 길조로 여겨진 반면 까마귀는 흉조로 여겨져서 돌팔매질을 당하거나 신경통약으로 포획되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까마귀가 길조로 여겨지는 것 같다. 까마귀가 국가대표축구단의 마크로 이용되고 이미지 캐릭터로 흔하게 사용된다.

당진시 인근의 켄카이 원전을 방문하고 4층 전망대에 오르니 넓게 펼쳐진 현해탄과 85km 떨어졌다는 대마도가 멀리 보인다. 대마도도 한반도도 지척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일본을 너무나 몰랐고 무시했는데, 리아스식 해안 깊숙한 곳에서 몰래 함선을 건조했던 일본인들은 이 해협을 손쉽게 건너 임진왜란을 일으켰던 것이다.

임진왜란은 역사책에서 여러 가지 발생 원인을 이야기 하지만, 도자기 전쟁이라고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전쟁이 없어 불만인 사무라이들에게 한국을 치면 도공들을 데려와 우리도 자기를 만들 수 있다. 조선을 치자고 했다고 전해진다. 이들은 조선도공들을 도망가지 못하게 깡촌에 잡아 두었으나 몇 년 후 적응이 된 후에는 신분을 귀족 다음의 신분으로 높여 주었다고 했다. 이로써 일본자기가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일본은 전장이 3천km나 된다. 국토면적도 우리 한국의 거의 4배에 이른다. 수림이 우거지고 산짐승도 많다. 활화산이 요즈음 늘어나 휴화산과 모두 합쳐 과거 108개에서 112개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일본의`1품 1촌`프로그램의 시초가 된 오오야마의 유메공방이다. 이곳은 매실주공장으로 50여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곳에서는 매실을 모아 3~5년 숙성시키는데, 다양한 색깔과 병 디자인의 고급품전략을 쓰고 있다.

매실에는 구연산, 사과산, 호박산 등 유기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구연산이 풍부한데, 우리 몸의 피로 물질인 젖산을 분해시켜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작용을 한다고 해서 일본은 물론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

일본에는 각 지역마다 명물이 있다. 목각인형, 전통 칼 같은 특산물도 있고, 기차역마다 유명한 도시락이 있다. 로컬푸드가 성공하려면 소비자가 안심하고 다시 찾을 수 있는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판매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1품 1촌 전략의 성공요건은 △지역에 바탕을 둔 기발한 아이디어 △다품목 소량생산 △우수한 품질과 브랜드로 고부가가치 창출 △농가 순소득 향상 △농산물의 생산·가공·유통·판매를 아우르는 6차산업 시스템의 구축이라고 본다. 한국도 이러한 `1촌 1품` 운동을 벌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