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12시간의 비행을 거쳐 프랑스 파리 드골공항에 도착한 것은 어둠이 내리는 저녁이었다. 에펠타워 인근 한국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에펠타워의 야경을 관람했다. 밤 10시에 몇 분간 에펠타워의 전구들이 빤짝이며 장관을 이루기에 이를 보러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있었다.

프랑스는 한국의 5배도 넘는 국토를 가지고 있으며, 인구는 6천만명 정도이다. 농업인구는 전체의 5% 정도이지만, 농민 1가구당 26ha(7.8만평)의 농토를 지니고 있으며, 농업생산량이 EU의 1/4을 차지하고 있는 과학영농국가이다.

하지만 프랑스는 첨단산업국가로서 우주항공, 원전, 고속철 등 한국이 도입한 기술들도 많다. 프랑스에는 58개의 원전이 있는데, 화력발전을 위한 석탄도 풍부하지 못하고 수력발전을 위한 물리적여건도 좋지 않아서 택한 선택이라는데, 이로 인해 전기생산량이 풍부해져서 인접국가에 수출도 한다.

무어라 해도 프랑스는 문화적인 저력을 지닌 국가이며, 역사적인 건물들도 많고 유명한 예술품들도 많다. 20만점 이상이 등록된 루브르박물관에는 1년에 1천만명 가까운 관람객이 찾아온다. 공공건축에도 화가들의 참여가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다.

다음날 오전 8시에 북부해변에 위치한 깔레로 떠났다. 겨울치고는 아주 좋은 날씨라는데, 휴게소에 들를 때 쯤은 약간 비가 뿌리며 흐려졌다. 이곳 날씨는 흐리고 변덕이 심해서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지평선이 보이는 넓은 들판 한가운데를 달렸다. 넓은 들에는 밀이 푸릇푸릇 싹트고 있다. 자주 마주치는 숲들은 대개 미루나무, 참나무, 혹은 소나무 숲인데, 평지 이곳저곳에 무더기로 흩어져 있다. 신기한 것 중 하나가 한국에서는 고산지대에서나 볼 수 있는 겨우살이였다. 가끔 큰 나무에 새둥지처럼 4~5개 이상 달려있기도 했다.

프랑스는 땅도 넓지만 각 지역들이 조금씩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고, 인종도 약간씩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관광객들은 파리만이 아니라 각 지방들을 여행하며 그곳의 문화와 음식을 탐미한다.

로마시대부터 이곳은 큰 전쟁터였다. 넓은 들에서 아군과 적군이 일정거리를 두고 대치하다가 드디어 일렬횡대로 돌격하는 것이다. 이 넓은 지형에서 로마 군인들은 100 x 100 형태의 사각형으로 진을 치고 긴 창과 방패로 공격해오는 기마병들을 막아내며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고 한다.

도버해협을 사이로 영국과 마주보고 있는 노르망디의 깔레에 도착하니 정오였고, 우리는 예약해둔 식당에 들렀다. 이곳에서 유명한 광어와 가리비 요리를 먹고 와인도 한잔했다.

깔레에 있는 원전 냉각수의 높은 수온을 이용해 운영하는 대규모 양어장을 방문했다. 이곳에서는 농어, 광어, 우럭 등을 키우는데 1년 판매액이 1천500억~2천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원전 주변의 생태공원을 돌아보았다. 이곳 사구에는 철새들이 날아오고 온갖 식물들이 자란다. 여름에는 관광객들이 해변을 덮고 수개월 동안은 사냥도 허용된다고 한다.

깔레 교외의 한 호텔에서 하루를 묵었다. 이곳은 영국과 연결되는 해저터널입구로서 많은 트럭들이 왕래하는데, 잠시 정체되어 서 있는 사이 수만리 국경을 넘어온 아프리카 사람들이 트럭 뒤에 매달려서 영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한다. 물론 잡히기도 하지만 넘어가기도 하는지, 많은 이들이 밀입국을 대기하고 있다고 한다. 군인들이 삼엄하게 지키는데도 감당 못하는 모양이다.

다시 파리로 향했다. 집시들이 사는 쓰레기더미의 거리를 지나 순교자의 언덕이라는 몽마르트언덕, 올림픽 스타디움, 그리고 LG와 삼성건물. 드디어 바스티유광장 인근의 식당에 도착해서 홍합요리로 점심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