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몽골의 겨울은 매우 춥다. 수도인 울란바타르에 150만명 가까이 몰려 살고 있다. 오전 10시경 호텔을 나섰다. 중무장을 했지만 얼굴은 매우 시리다. 밴을 타고 한인교회로 갔다. 100명 남짓 모이는 곳인데 한국인과 한국말을 아는 몽골인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그중에는 몽골국제대학교의 한국계 미국인 교수들도 있었고 한국국제협력단 멤버이자 포항 출신 간호사도 있었다. 울란바타르에 한국인 인구가 3천명 정도인데 이러한 교회가 여럿 있다고 한다.

한 게르지역 골목에서 한집 문이 크게 열려 있고 웬 남자분이 서 있는지라 집구경을 하자고 했더니 잠시 주저하는듯 하다가 승낙했다. 대지가 300평은 될 정도로 넓은데 게르건물 3개가 있었다. 한 곳에 본인 혼자 산다며 문을 열어 보여주었는데 학생들로서는 게르안을 구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안은 매우 좁았고 가구도 별로 없었는데, 의외로 따뜻했다. 집 뒷쪽에는 짓다만 두 개의 벽돌건물이 었었는데 동생네와 자기가 집을 직접 짓고 있다고 했다. 언제 완성될지는 모르지만 건축자재가 갖추어지는 대로 짓고 있다고 했다. 마당에는 건축자재로 쓸 파쇄된 콘크리트 자갈들이 쌓여 있었고 두 대의 낡은 트럭들이 세워져 있었다.

이번 게르 방문의 하이라이트는 재래식 변소 구경이었다. 마당 한구석에 낮고 조그만 박스건물이 있어 조심스럽게 열어보니 매우 깊은 재래식 변소였다.

지금 울란바타르에는 한국의 고급아파트 단지와 비슷한 큰 평수의 단지들이 남쪽지역에 집중적으로 지어지고 있다. 이 큰 평수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극히 제한적인 부유층일 것이다. 하지만 주택수요는 각 계층별로 크므로 각 하위 시장별로 아파트 공급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중간계층에 대한 공급도 제한적이고 저소득층에 대한 공급 내지 대책도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울란바타르에서도 새 주택이 지어지면 부자들이 이동을 하고 가난한 이들이 그 주택을 이어받는 `주택필터링`이 원활하게 작동되기를 기대해야 한다. 인도나 네팔에 비해 카스트제도나 인종적인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좀더 `주택필터링`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부자들이 집을 여러 채 소유하는 습관 때문에 그도 여의치 않을 것 같다.

결론적으로 중하위소득계층을 대상으로한 아파트들이 울란바타르에 좀 더 지어져야 할 것이며 정부로서도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주택시장 활성화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무허가판자촌인 게르지역 향상을 위해 `현지개량`과`단지 제공 후 자력개발`이 모두 필요하다고 본다.

올바른 주택정책 수립을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주택시장 현황과 주민들의 수요 및 선호에 대한 좀 더 분석적인 자료이다. 수사와 은유로 가득 찬 글들이 때로는 도움이 되겠지만, 실제 필요한 것은 좀더 과학적인 진단이다.

우리 한국의 60~70년대의 개발은 단순했다. 정부가 하자면 누구나 따랐고 그것이 국가를 위하는 일이고 진리였다. 하지만 사회가 발전됨에 따라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모든 사업들이 각계각층의 의견들을 수렴된 가운데 진행되지 않으면 않된다. 물론 과거의 눈으로 보면 비효율성도 클 것이다.

몽골의 경우 지금은 정부사업들에 대해 큰 의견충돌이 없지만 차차 시민들의 의견이 거세어질 것이다. 필자는 몽골이 울란바타르 도심 낙후지역 재개발에 있어서, 과거 한국과 같이 `다 허물고 새로 짓는 형식의 도시개발`에만 초점을 두지 말기를 바라고 있다. 그로 인한 장점도 많지만 그로인해 잃는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민관의 경제적 능력미비로 인한 실현가능성도 문제이지만 저소득층에 대한 대책미비가 큰 사회문제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