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원
아이들은 어둠 속에 없었다
오른쪽 왼쪽 모두 비어 있었다
조명탑에 불이 들어왔다
열매와 시체와 부리
밀던 것들은 막혀 있었다
거위의 간이 검게 변해갔다
발목도 안 자르고 아이들이 함성 속을 빠져나갔다
얼룩을 따라 벽이 번지고 있었다
사타구니가 오른쪽 왼쪽으로 비틀렸다
뜨거운 눈물이 단단한 눈알에서 쏟아졌다
올해의 첫눈이 내렸다
이 시에서의 아이들이란 우리가 속한 일상적 시간의 벽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달려가 그것을 무너뜨림으로써 그 현상과 존재 너머를 갈구하는 주체들이다. 갑갑하고 딱딱한 우리 삶의 틀, 지루한 반복의 감동이 없는 삶의 굴레를 과감하게 뚫고 나가려는 시인의 새로운 극복의지가 빛나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