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현 욱

늙은 아버지의 한숨소리가 빈 소주병처럼 널브러져 있고

오래 비어져 있던 누이의 방

너무 일찍 세상의 비린내를 맡았던 것일까

허물처럼 벗어놓은 너의 희디흰 교복만

그리움처럼 개어져 있는데

너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느냐

윗 시는 `귀향`이라는 시의 한 부분인데 가슴이 싸아해지는 서사가 있다. 아버지는 공사현장의 철근 노동자다. 누이는 행방이 묘연한데 아버지가 내미는 구겨진 만원 지폐 뭉티기의 새 학기 등록금을 도저히 받을 수 없다는 아픈 이야기에 걸쳐져 있는 이 시는 우리 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아픈 역사의 전형이다. 그런 아픔을 겪고 일어서고 달려가는 시인의 형형한 눈빛과 강단진 어깨너머로 우리 시대의 희망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