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승 민

마누라가 버린 자식새끼를 바라보는 눈으로

나는 이 세상을 바라보겠다

지금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밑줄 그어진 외줄 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벼랑 끝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허리가 끊긴 채 온몸으로 바닥을 치는

지렁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나 없어도

나 앉았던 자리에서 꽃이 피고 눈이 내리는 쓸쓸함에 대해서

아니, 그 아무렇지도 않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거다

부조리와 모순이 겹겹이 걸쳐져 있는 사회를 향한 시인의 치열한 대결의지, 강단진 시 정신 혹은 절망감을 읽을 수 있는 시이다. 얼핏 보면 절망과 위기에 대해 비켜서는 듯하지만 치열한 시인정신이 바탕에 깔려있다. 어쩔 수 없이 여러 가지 구조적인 모순과 불구의 세상을 살아가야하는 우리들이지만 시인이 건내주는 이러한 대결, 저항의 정신만은 잃지 않고 살아야하지 않을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