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성 우

남은 보리밥과 누룩이 자박자박 눌려진 독이 부뚜막에 올려져 있었다

하루 이틀 사흘, 밥풀이 녹아내려 식은밥단술 되었다

하릴없이 얼굴 그을리다 몰려온 아이들은 식은밥단술에 사카린을 탔다

한모금만 마셔도 밍밍한 여름방학이 달큼해져왔다

니 뺨이 더 뻘겋다 니 뺨이 더 뻘겋다 뒷마당 장독대에는 분홍 주홍 빨강

봉숭아꽃들이 시끌벅적하니 피어 올랐다

먹다 남은 보리밥과 누룩으로 단술을 만들어 먹었던 유년시절의 서사가 재밌게 그려진 정겨운 시다. 시인의 어린 시절은 지독한 가난과 궁핍함으로 점철됐을 것이고 그 가난 속에서도 봉숭아꽃들처럼 구김살 없이 잘 자라서 분홍 주홍 빨강 꽃을 피우듯 한 생의 꽃을 피우며 살아가고 있을 어릴 적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도 깔려있어 참 정겹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