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창 환

백두 들쭉이 내 피를 들뜨게 했고

백두 칼바람이 나를 후려쳐 깨웠네

열여섯 영봉 천지엔 휘영청 달빛,

시뻘건 햇덩이 구름 위로 불끈 치솟던 새벽

그는 내게 속삭였네, 아직도 멀었느니

내려가 저 아래서부터 다시 올라오라고

절어서 삼천리 길 땀 펄펄 쏟으며 올라오라고

민족의 영산 백두산에 오른 시인의 역사의식이 오롯이 드러난 시다. 오랫동안 금기의 땅이었던 백두산은 이제야 비로소 몸을 열어 시인을 받아들인다. 들뜸과 깨우침, 권면과 함께 아직도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는 분단의 극복을 절감케 해주는 작품이다. 민족이 하나되는 통일의 그날을 염원하는 시인정신이 시 전편에 깔려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