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로스앤젤레스에서 서쪽으로 2시간 반을 운전해서 팜 스프링스로 향했다. 이곳은 온천과 골프장으로 유명했지만, 요즈음은 카지노와 고급물품 아웃렛들도 많아졌다. 가다보면 멀리 벌거숭이산들이 보이고 주변은 엉겅퀴들이 자라는 모래사막이다. 이곳은 낮 기온이 화씨 120도에 이를 정도로 더운 또 하나의 `죽음의 계곡`이라고 보면 된다. 가끔 건물들이 보이고 나무들이 보이지만 모두가 스프링클러로 유지되는 것이리라.

최근 들어선 듯한 대규모 카지노 건물들도 보이는데, 그 앞에는 키 큰 종려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이 나무는 일반 야자나무와 생김새도 좀 다르지만 당도 높은 대추야자를 생산한다는 것이 큰 다른 점이다. 성서에서는 승리와 늘 푸름을 상징한다는데 한 그루에 1만달러씩이나 해서 고급 호텔이나 카지노 앞에나 심어진다는 게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다.

원래 북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이 종려나무는 100여년 전에 한 기독교 선교사가 씨를 가져와 이곳 팜 스프링스에 심었다는데, 기후가 비슷하여 잘 자란다는 것이다.

오늘 이곳에 온 것은 종려나무농장을 보기 위해서이다. 동행한 70대 후반의 노신사께서는 식물, 특히 약용식물의 전문가이자 성서학자이기도 한데, 필자에게 수없이 종려나무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고 계신다. 가끔 세워진 팻말을 보니 이곳 사막지대의 농장 구매가격이 1에이커에 7천불은 넘는 것 같다.

길가의 그 넓은 사막에 병정들의 관병식같이 열을 맞추어 종려나무 들이 줄지어 있다. 어떤 나무들은 노란 열매들을 수 없이 맺고 있었는데, 이 열매들이 좀 자라면 해충이나 조류로부터의 피해를 막기 위해 포대로 씌워 놓는다. 이곳 농장들의 규모는 수십 에이커 정도씩인 것 같은데, 종려나무를 심어 놓으면 5년 후면 수확이 가능하며, 매년 그루당 250파운드의 열매를 맺고, 그 열매는 1파운드당 5달러 정도에 팔린다고 한다.

멋진 외관의 휴게소에 들어서니 그곳은 대추야자 가공공장이자 판매처였다. 우선 한쪽에 마련된 비디오 관람장소에서 그곳 종려나무농장의 역사를 볼 수 있었다. 판매처에는 대추야자들이 박스로 포장되어 팔리고 있었는데, 10개 정도 들은 것이 6~7달러, 좀 큰 박스들은 40불 이상 할 정도로 가격이 비싸다.

시식코너가 있어 대추야자 조각들을 맛볼 수 있었는데, 노란 것, 검은 것 등 5종류는 되는 것 같다. 한국의 곶감보다 당도가 2~3배는 되어 보일 정도로 달다. 싹을 틔워보기 위해 가공되지 않은 열매를 좀 구하려 했는데, 그곳 사람들은 종려나무 곁가지를 쳐서 땅에 꽂아 놓으면 성체로 자라나니 씨로 심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팜 스프링스 휴양지를 오른쪽에 두고 계속 운전해가자, 호수가 보인다. 멀리 지평선이 보일 정도의 넓은 호수인데, 열대의 사막지대라서 주변에는 요트하우스가 하나 있을 뿐 모래와 푸른 물 뿐이다. 차에서 내려 호숫가를 걷자니 말라죽은 조기 같이 생긴 생선들이 수 없이 널려 있다.

물맛은 매우 짜다. 이 노신사는 20여년 전부터 이곳에 와서 낚시질을 했다고 하는데, 이 조기 같이 생선이 매우 많이 잡히고 맛도 좋았다고 했다. 그러나 요즈음은 무슨 까닭인지 물고기들이 죽어서 떠 밀려 온다고 했다. 주변에 커다란 황새 같은 물새들이 있는 것을 봐서 아직 물고기들이 있다는 증거이지만, 물의 염도가 너무 높아지고 호수 아래 어떤 화산활동이라도 있어 그렇치 않겠느냐는 것이다.

되돌아오면서 한 카지노에 들렀다. 커다란 건물인데, 밖과는 달리 시원한 실내에는 슬로트머신들이 있고 레스토랑들도 있다. 많은 이들이 이웃 대도시에서도 오고 외국에서도 오는 모양이다. 필자 일행은 뷔페식당에 가서 늦은 점심을 들고 다시 로스앤젤레스로 길을 재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