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7·30 재보궐선거가 눈앞에 다가 왔다. 15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이번 보결 선거는 과거 어느 때 보다 선거판이 커진 선거이며, 지역도 수도권 충청권, 영호남 권으로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그로인해 이번 선거가 박근혜 정부의 중간 평가적 성격이 강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재보선이 지난 6·4일 지방 선거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인지 유권자의 관심이 저조한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세월 호 사건으로 뒤숭숭한 상황에서 실시되는 선거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이번 선거에서 여야후보들의 선거의 쟁점은 분명치 않는데도 원인이 있다. 야당에서는 세월 호 사건의 책임문제, 박근혜 정부의 파행적인 인사 문제 등을 들어 박근혜 정부의 `정권심판 론`을 먼저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여당에서는 지역 발전을 위한 유능한 인물을 뽑아 달라는 `지역일꾼론`을 내세워 대응하고 있다. 여야는 중앙의 당력을 집중하여 후보의 유세를 지원하고 있으나 유권자들은 냉담하여 표심의 향방은 아직도 예측하기 어렵다.

이번 선거에서 전략공천에 따른 잡음과 후보의 재산 등록 문제가 부각되고 있지만 이 역시 선거의 쟁점이 될 수는 없다. 여당의 `지역일꾼론`이나 야당의 `정권심판론`역시 유권자의 표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홍보수석 출신 이 정현 후보는 지역 개발과 발전을 위한 여권의 인맥을 동원하여 예산을 대량 확보할 것을 공약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비서실장 출신 임태희 후보 역시 마찬 가지다. 대기업 유치하고 복지 시설이나 공공시설 조성 등의 공약은 어느 선거에나 볼 수 있지만 유권자들은 이에 식상한지 오래이다. 국토의 균형적인 발전과 공정한 예산 분배정의를 실현하는데 앞장서야할 의원 후보의 공약이지만 우리의 후진적인 정치문화의 소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포퓰리즘적인 공약이 아직도 유권자들의 지지를 상당히 끌어내는데 문제가 있다.

이번 선거에서 야당의 `정권심판론` 역시 반대당(opposite party)의 단골 메뉴이지만 그 역시 호소력이 약하다. 유권자들은 야당의 현재의 정치 행태를 들어 과연 그들이 정권 심판의 자격이 있는지를 되묻기 때문이다. 사실 집권 여당의 그동안의 실정은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세월호 사건으로 드러난 국정의 총체적 위기, 국가개조론이라는 거대한 담론에 대한 비전 부재, 여러차례의 인사실패, 국민 대통합과 부합되지 않는 국정운영 방식, 이 모두가 지지층마저 실망시킨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유권자들은 그 대안 세력으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치 능력을 지지하지 않는데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계속 떨어지는데도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지지도가 고착되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번 선거에서는 이상하게도 야당의 `정권심판론`에 대한 방어도 없고, 여당의 `지역일꾼론`에 대한 반응도 없다. 곳곳에서 네거티브 선거전술만이 판을 치고 있다. 광주에서 전략 공천의 표본인 권은희 후보의 재산신고 문제만 클로즈업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새정치 민주연합과 정의당의 막판 연쇄 후보단일화를 `막장 드라마`, `후보 나눠먹기` 등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이러한 네거티브한 선거판은 결국 이 나라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불신만 초래할 뿐이다.

이번 보선 결과는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이번 선거에서도 여당이 앞설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야당이 현재의 6석을 유지하면서 어느 정도 더 약진할지도 우리의 관심사이다. 무엇보다도 전남 순천·곡성에서 이정현 후보의 당선 가능성도 우리의 관심을 끈다. 그러나 광주 전남에서 새누리당의 당선은 대구· 경북에서 새정치 민주 연합 후보의 당선 보다 더욱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선거도 여야의 무승부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현재로서는 7·30 선거 결과를 조용히 기다려 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