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낙 추

아버지께서 갈꽃비를 만드신다

지난 가을

당신처럼 하얗게 늙은

갈대꽃을 한 아름 꺾어 오시더니

오늘은 당신 몫의 생애를

차근차근 정리하여 묶듯이

갈꽃비를 만드신다

나이 들어 정신도 육신도

가벼워진 아버지의 갈대꽃이

한데 어우러져 조용히 흔들린 끝에

만들어진 갈꽃비

평생 짊어진 가난을 쓸기엔 너무 탐스럽고

세상 더러움을 쓸기엔 너무 고운

저 갈꽃비로

무엇을 쓸어야 할까

서러운 세월 다 보내신

아버지의 한 방울 눈물을 쓸면

딱 알맞겠는데

아버지는 끝내 눈물을 보이지 않으신다

늙으신 아버지가 갈꽃을 꺾어 갈꽃비를 만드시는 풍경을 그려내면서 시인은 아버지의 한 생을 들여다보고 있다. 평생 아버지가 짊어져야 했던 가난을 쓸어버릴 수 없는 빗자루를 만들고 계신 것이다. 평생 대결해야 했던 세상의 더러움과 모순들을 쓸어버릴 수 없는 갈꽃비를 만드시는 아버지의 깊은 서러움을 시인은 읽어내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