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운하서 포항 미래를 묻다

▲ 생마르탱 운하의 유람선 탑승장소.
▲ 생마르탱 운하의 유람선 탑승장소.

유럽의 운하는 그 역사가 깊다. 현대적으로 지어진 포항운하와는 달리 유럽의 운하는 로마시대에 주로 군사 수송의 목적으로 북유럽과 영국 전역에 걸쳐 광범위하게 건설됐다. 이후 로마가 멸망하자 한동안 유럽의 수로 개발은 쇠퇴했다. 그러나 12세기에 상업이 확장되면서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17세기 이후에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대륙에 본격적으로 운하가 건설됐다. 이후 철도가 본격화되기까지 중세 유럽 수송의 약 85%가 내륙 수로에 의해 이뤄졌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세느강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운하들이 내륙을 향해 뻗어 있다. 그 중 파리 생마르탱 운하(Canal Saint Martin)는 그 규모가 포항운하와 유사한 점이 많다. 현재는 유람선을 운행하는 등 관광의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도심을 통과하며 파리시민의 삶 속에 휴양공간으로 녹아 있다. 유람선의 운영과 환경 발전, 수자원 에너지 및 생마르탱 운하운영 정책 등에 대해 파리시 부시장 셀리아 블로엘(Celia Blauel)로부터 들어봤다.

200년 전 4.5㎞ 지상·지하로 건설
수송로役 쇠퇴 유람선 위주 운영
주거지·상점 운하 따라 자리잡아

■ 글 싣는 순서

① 포항운하 발자취
② 포항운하의 현재
③ 국내 최초 경인운하
④ 경인운하 운영 현황
⑤ 프랑스 파리 생마르탱 운하
⑥ 프랑스 도시계획 전문가 진단
⑦ 포항운하의 문제점
⑧ 포항운하의 발전 방향

□ 생마르탱 운하

프랑스 파리의 세느강과 북부의 우르크 운하를 잇는 총 길이 4.5km의 운하로 지하를 통과하는 2㎞가량의 구간을 제외하면 규모가 포항운하와 거의 흡사하다. 수송로의 역할은 쇠퇴해 현재는 관광객을 태운 유람선이 주로 지나다니고 있다. 특히 수위 차가 20m가 넘는 운하이기 때문에 여러 개의 수문이 설치돼 있어 배가 통과할 때마다 수위를 조절해 주고 있다. 수문이 닫힌 후 마치 폭포와 같이 물이 쏟아져 내리는 장관은 유람선을 탄 관광객은 물론 운하 옆을 지나는 시민까지 발걸음을 멈춰 구경하게 만들고 있다. 운하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와 영화 `아밀리에`에서 주인공이 물수제비를 던진 곳으로도 유명한 철제 다리 등은 평소에도 많은 파리시민과 관광객이 휴식을 취하거나 운동을 즐기고 있다. 주거지와 각종 상점들이 운하를 따라 자리를 잡고 있어 생활 속의 공간으로 이용, 접근성이 뛰어난 것이 큰 장점이다. 또한 지하구간 위의 광장에는 전통시장이 형성돼 있어 시민과 관광객의 발걸음을 한껏 유혹하고 있다. 비교적 짧은 거리임에도 유람선 편도 이용시간이 2시간 30분가량이 소요되는 것은 이러한 각종 볼거리가 풍부한 것이 큰 몫을 하고 있다.

▲ 파리시 환경 발전, 수자원 에너지 및 운하 운영 정책 담당 부시장인 셀리아 블로엘(왼쪽).
▲ 파리시 환경 발전, 수자원 에너지 및 운하 운영 정책 담당 부시장인 셀리아 블로엘(왼쪽).

셀리아 블로엘 파리 부시장

주말엔 소풍 나온 가족들로 붐벼
수입원으론 운영 관리비에 미흡
포항과 유사… 생태계 복원 흥미


-생마르탱 운하의 전반적인 소개를 부탁한다

△4.55㎞에 달하는 생마르탱 운하는 파리시 북동부인 10구와 11구를 관통하고 있으며, 2개의 인도교와 2개의 선개교 그리고 4개의 이중 수문을 포함해 총 9개의 수문으로 이뤄져 있다. 운하 중, 발미 강변과 쟝마쁘 강변은 지상으로 운행하며, 쥘페리 대로로부터 리샤르 르누와르 대로, 바스띠유 광장을 지나 아세날 선착장에 이르는 부분은 지하로 운행한다. 지하구간 둥근 천장모양의 궁륭들은 환기와 자연 채광이 가능토록 둥근 창이 뚫려 있다.

▲ 생마르탱 운하의 지하구간을 통과하는 유람선.
▲ 생마르탱 운하의 지하구간을 통과하는 유람선.

역사적으로 생마르탱 운하는 지난 1802년 5월 19일 파리 시민들에게 식수를 보급하고 나무와 식량 등을 수송하기 위한 목적으로 나폴레옹 1세가 130㎞에 달하는 세느강 수로를 건설하면서 비롯됐다. 당시 전쟁 등의 상황으로 지체된 이후, 루이 18세에 의해 재착수돼 1823년 세느강 중심 아세날 선착장과 북부 세느강 상류를 이어주는 생마르탱 운하가 완공됐다. 일찍이 루이 14세가 상상했던 구상을 나폴레옹 1세가 시공에 착수해 1825년 샤를르 10세에 의해 개통된 것이다. 운하 건설 목적은 일차적으로 식수 부족에 시달린 파리 시민들에게 세느강에 서식했던 비오리 등의 조류에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수원을 보급·제공함으로써 당시 횡행했던 콜레라 등 전염병의 확산을 방지하는 데 있었다.

▲ 도심 속을 통과 하는 생마르탱 운하.
▲ 도심 속을 통과 하는 생마르탱 운하.

이후 생마르탱 운하는 19세기와 20세기 중반까지 그 황금기를 맞아, 식수나 식량뿐만 아니라 각종 무역 교역품들이나 건설 부품들이 활발하게 수송됐다. 하지만 1960년대 육로와 항만 수송의 발전 이후, 급격히 수송량이 저하되면서 운하 주변의 공장들이나 저장 창고, 아틀리에들도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운하 남서부 주변 동네들을 중심으로 거주 인구가 팽창되기 시작해 파리 시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부동산 발전의 팽창을 보이면서 현재 파리 동부 지역의 중심지로 발전하고 있다.

-운하 운영비용과 주변여건은

△생마르탱 운하 건설을 처음 착수했던 나폴레옹 1세는 당시 와인 제조업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해 운하 건설 비용으로 충당했다. 현재는 생마르탱 운하 관광을 전담하는 크루즈 등을 통해 충원하는 세금이나 수입원의 액수가 운하 운영 관리 비용에 절대적으로 미흡하다. 따라서 파리시에서 주민세 등을 통해 확보하는 세원과 파리 시의 자체 예산으로 운영비용을 조달하고 있다.

▲ 지하 운하의 위 바스티유 광장에서 열리는 전통시장.
▲ 지하 운하의 위 바스티유 광장에서 열리는 전통시장.

생마르탱 운하를 방문하는 관광객 수는 파리 관광청의 통계에 따르면 390만명에 달한다고 하는데, 이는 에펠탑 관광객의 절반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 운하 주변 지역은 예전의 서민 동네 이미지를 탈피하고 최근 몇 년전부터 연인들의 약속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운하를 운행하는 크루즈들을 보러오는 방문객들에게 도시의 한 중심임에도 시골에서 산책하는 듯한 낭만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며, 주말에는 소풍 나오는 가족 동반 외출로 붐비고 있다. 또한 도처에서 연주하는 음악가들이나 예술가나 영화제작자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운하 주변 지역의 활용의 좋은 예로 지하 운하의 지상부인 바스티유 광장에는 매주 목·일요일 115개의 점포가 참여하는 파리의 전통 시장이 열리는데, 이는 파리 시장 중, 제일 활기차고 선호되는 시장으로 특히 지역 특산물들의 판매가 왕성해 관광객들도 즐겨 찾고 있다.

▲ 수위를 조절하는 수문.
▲ 수위를 조절하는 수문.

-포항운하에 대해 조언을 하자면

△도시 한 중심에 건설된 점이나 그 규모와 역할 등의 관점을 생각해 볼 때 여러모로 파리시의 생마르탱 운하와 유사성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생마르탱 운하는 200여 년 전 건설됐기 때문에 최근에 건설된 한국 포항운하와는 비교할 수 없이 그 역할이 축소돼 있는 것이 사실이나 시민의 삶 속 일부분으로 녹아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인 것 같다. 물 그 자체가 도시를 통과한다는 것이 수송, 관광, 식수 등의 역할도 있지만 크게 환경적인 측면에 주목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포항운하가 생태계 복원이라는 목적으로 건설된 것이 큰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도시 중심에 운하를 건설함으로써 온도 하강 등의 효과를 거두는 등 지구 온난화에 대비하는 환경 조성 효과도 매우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경 생태학적인 면을 고려해서 오세안 공원을 건설한다면 관광적인 면을 넘어서 미래 도시발전 계획의 선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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