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도시는 주거, 도로, 상하수도 등 물리적인 요소들의 발전과 경제산업, 사회문화활동 등의 지속적인 향상 내지 정비가 필요하다. 이러한 요소들은 서로 연계되어 장기간에 걸쳐 함께 상향이동하며 도시가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발전과정은 단독적이 아닌, 주변 그리고 국내외 상황과 크게 연계되어 있다. 내 고장의 발전전략은 복잡다단한 주변과 국내외적인 요소들의 종합적인 분석 하에 도출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 해결전략이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포함해야 할 요소들이 많고 예측불가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산속 외진 곳에 독자적인 유토피아의 건설이 가능했을지 모르나, 지금은 아니다. 우리는 복잡계 속에 살고 있고 그 안에서 무언가 유토피아를 이룰 요소 내지 패턴을 지속적으로 찾아내고 추진해야만 한다.

필자가 매주 방문하는 소도시도 비전적인 중장기개발계획을 지니고 있다. 그 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물리적, 경제적, 사회문화적 요소들이 잘 결합된 이러한 계획들이 차질 없이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아름답고, 편리하며, 지속가능한 도시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서 `도덕적 양심`이 가장 큰 원칙이 되는 그러한 곳이 되어야 한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지금 이 지역의 도시들도 글로벌자본주의의 영향 하에 있다. 미국적인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패턴을 물려받고 있고, 또 그에 따른 빈부격차, 자원고갈, 그리고 환경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 이 소도시들도 글로벌 네트워킹과 지속가능한 개발을 함께 추진하지 않으면 안된다.

`프랑스 최고의 지성`이라는 자크 아탈리는 현재의 경제위기를 끝낼 방법에 대해서 이익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보는`긍정의 경제(Positive Economy)`가 해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것은 현세대의 즉각적인 만족이 아니라 미래세대의 이익을 우선으로 감안하는 경제이며, 이타적이며 인내하는 자본주의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1991년 빈부격차 심한 브라질에서 시작된 포콜라레(Focolare)운동에 바탕을 둔 `공유의 경제(The Sharing Economy)`와 유사해 보인다. 이 개념 속에는 `인간을 위한 경제 만들기`가 용해되어 있다. 공유경제의 기업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을 때 이익의 일부를 할애하여 서로 도와주며, 지역공동체 등과도 신뢰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아탈리는 이러한 `긍정의 경제`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우리가 직면하게 될 경제위기에 대한 해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향후 20년 동안 패권적 지위를 누리지만 혁신적 기업들이 떠나게 되고 늘어나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심각한 사회양극화를 겪게 되며 몰락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후 시장과 기업이 국가권력을 대신하고, 국제규제가 없는 무질서한 시장이 등장하고, 곳곳에서 전쟁이 터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이러한 비극 후에 지금과 전혀 다른 형태의 법치국가가 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국가는 가공상품의 생산과 무분별한 자연개발을 제한하고,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않는 경제체제이며 개별 인간이 가진 창조적 능력을 전체가 공유하는 시스템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의 주장은 모어나 멈퍼드의 유토피아 이야기와 닮은 부분이 많다. 또한 근래의 지속가능개발론자 내지 생태론자들의 주장과도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가 유토피아일 것이냐? 많은 이들이 그렇다고 대답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체제가 정말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항상 존재할 것이며 이루어지더라도 그때쯤 우리는 또 다른 유토피아를 그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