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자문 한동대 교수

며칠 전 지역의 한 대학총장 이·취임식이 있었다. 이 대학은 개교 20년이 채 안되었지만 혁신적인 교육프로그램 등으로 전국적인 지명도를 지닌 학교로 발전했다. 이날 행사에 인근 지역의 대학총장들, 지방자치단체장들, 그리고 많은 지역유지들이 참석했었다. 이 학교에 몸 담고 있는 필자도 당연히 이 행사에 참석했다.

초대총장으로서 지원기업 없는 소규모 지방사립대학의 경제사회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명망있는 대학으로 키워낸 분의 은퇴식으로서 이 행사는 소중했다. 그리고 학교 구성원들 모두가 오랫동안 찾고 기대하던 신임총장의 취임식이라는 점에서도 매우 소중한 자리였다.

하지만 이날을 더욱 의미 깊게 했던 것은 지역 지자체장 및 관련 인사들의 색다른 축사였다. 보통 때라면 써온 것을 낭독하거나 말 그대로 축사를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인데 이날은 내용도 형식도 달라 보였다.

“지방의 소규모 대학으로서, 경제적인 어려움 가운데서도 대학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대학으로 키워냈다.” “포항이 53만의 중소규모의 도시지만, 앞으로 다른 도시들과의 차별화를 이끌어낼 것임을 믿는 것은 지금 함께 자리하고 있는 두 총장들이 맡고 있는 두 대학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말이면 포항에 KTX가 들어오고, 서울과 2시간에 연결이 되어 포항도 수도권화 된다고 할 수 있는데, 더 가까운 대도시인 대전이나 대구 보다 포항이 더욱 수도권화 될 수 있고 차별화될 수 있는 것은 이 우수한 대학들 때문이다.” “경북도가 원자력발전소 등 에너지 클러스터로서의 열망을 지니고 있는데, 세계적인 핵공학박사가 총장으로 왔으니, 그 계획은 크게 성공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덕담 내지 과찬 일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날 이러한 말들을 통해서 이들의 지역대학에 대한 관심이 많은 분들 앞에서 밝혀진 셈이다. 이들도 세계적인 테크노폴리스며 혁신도시들에서 보듯이 지역발전에 있어서 대학의 역할과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도시들을 본다면 거의 모두가 우수 대학이 있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창의적인 대학생들이 있고, 이들을 용인하며 지역의 경제산업과 잘 연계하려 노력하는 지자체 및 관련기관들이 있다. 이는 미국, 영국, 일본. 스웨덴 등 성공적인 곳에서는 예외 없이 관찰되는 현상이다.

한국의 경우 교육의 창의성에도 문제가 있지만 지역사회도 역동성 내지 포용성이 부족하여 대학의 R&D가 지역과 연계되기도 힘들고 대학졸업생들도 창업이 힘들다. 하지만 포항이 우리나라의 다른 도시들과 차별화 되는 것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해나갈 창의적이고 우수한 대학들이 있고 이들을 포용해갈 혁신적인 리더 군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행사에서 덕담을 주고받는 것은 관례일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본 행사가 특별했던 것은 지역의 주요 인사들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지역사회의 비전적인 미래가 관학민 공동의 노력으로 성취될 수 있고 그 기반이 이미 이루어져 있음을 확인하는 기회였다는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국외자인 듯 했던 이 학교가 지역사회의 당당한 일원임을 서로가 깨닫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신임총장의 취임사를 통한 이 대학의 발전방향 중 하나는 지역을 연구하고 지역과 함께 발전해가는 것이고, 또 하나는 교수와 학생들이 이론만이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인 현장사업을 통해서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을 돕는 등 글로벌 이슈 해결에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아무쪼록 신임총장을 맞은 이 대학이 글로벌 교육비전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내기 바란다. 물론 이를 통해서 지역사회가 동반발전할 수 있기를, 서로 힘이 되는 학교와 지역사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