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자문 한동대 교수

오랫만에 LA 코리아타운에 들렀다. LA를 떠난지 20년이 되어가기에 방학 중 가끔 들러보게 되면 감개가 무량하다. 코리아타운은 올림픽가에 몇 개 중대형 건물들이 들어선 것 이외에는 크게 변한 것이 없는 것 같다.

코리아타운에 오면 한국인 대형마켓에 가서 과일, 채소, 김치 등을 사고 건너편 한국인 빵집에 들러 빵도 사고 커피도 마신다. 자주 들러 점심을 먹는 곳은 한국식 중국집, 설렁탕집, 순두부집, 베트남 쌀국수집 등이다.

점심때 제자를 만났는데 한국에서 대학 졸업 후 미국에 와서 건축대학원을 졸업하고 지금은 몇 년째 미국인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다. 영주권이 없기에 보험도 없이 낮은 임금을 받으며 일했었는데 이제 영주권이 나와 제법 살만해 졌단다. 이제는 몇 년 안으로 건축사시험을 패스하고 귀국하여 건축설계사무소를 직접 운영하는 것이 꿈이라는 맹렬 여성이다.

LA 코리아타운은 또 하나의 한국이다. 막일을 하면서도 은퇴하여 노인아파트에 살면서도 모두가 한국을 그리고 있다. 이제 2~3세들이 성장하게 되어 공인회계사, 변호사, 의사들도 많아졌지만 아직도 코리아타운은 막일을 하면서도 자식 뒷바라지에 온 정성을 쏟는 1세대 한인들로 이루어져 있다.

지난 번 만난 노신사분의 초대로 코리아타운에 위치한 그분 집에 들렀더니 커다란 2층집인데 1층은 교회이고 2층은 살림집으로 되어있었다. 오래전에 사서 은행 모기지를 다 갚았기에 부담이 없다는데 넒은 뒷마당에 많은 화초들을 키우고 있었다.

이 분으로부터 화분 여러 개를 얻었는데 거대한 나팔 같은 노랗거나 하얀 꽃 피는 `천사의 나팔`이라는 커다란 화분 2개, 향내 진한 `로스마리` 화분 1개, `하와이언 러브` 화분 1개 등이다. 뒷좌석에 간신히 실어 집에 가져오니 집이 환해지는 것 같다.

차를 몰아 윌셔거리로 갔다. 이곳은 아름다운 건물들이 들어찬 동서 관통로인데 고전풍의 교회, 새롭게 세워진 오피스빌딩, 높게 늘어선 야자나무가 아름답다. 신호등에 걸리기는 해도 필자는 이 길을 드라이브하길 좋아했었다. 계속가면 베벌리힐스가 나오고 또 산타모니카비치가 나온다.

이 노신사의 설명에 의하면 이곳에 많은 야자나무(Palm Tree)가 있지만 대추야자가 열리는 종려나무(Date Palm)는 벌몬트에서 노르만디 구간 사이에만 있다고 한다. 야자나무는 종류가 수 백가지에 이를 정도로 많은데, 종려나무는 다른 야자나무와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잎이 바늘같이 날카롭고 간결하게 죽 죽 뻗어있다.

사막기후인 팜 스프링스에는 종려나무가 수 만 그루 있고 그 지역에서는 이것을 지역 특산으로 심고 있다고 한다. 열매는 말려서 곶감같이 만들어 놓았는데 얼마든지 드시고 사가시라고 선전한단다.

대추야자가 한그루에서 매년 350파운드 정도가 열리는데 1파운드가 5달러 정도라서 그 수입이 대단하다고 한다. 또한 종려나무 한그루가 큰 것은 1만달러에 달하기에 라스베가스의 호텔이나 카지노 혹은 부자들 저택 앞에나 심을 수 있는 나무라고 한다.

우리나라 제주도에서도 종려나무를 들여와 재배해보려 했지만 기후 탓에 실패했고 아직도 여기저기 작은 나무들이 남아 있고 한다. 서귀포 등지에 높게 솟은 야자나무는 종려나무가 아니다.

제주도는 감귤로 유명한데 요즈음 로스앤젤레스에서 맛보는 감귤 때문에 깜짝 놀랐다. `블루재이`라는 상표인데 한국에서 먹어본 어떠한 감귤보다 당도가 높고 맛이 좋기 때문이다. 기후가 좋으니 맛있게 자라나는 것인지….

외국에 오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고 한다. 이곳에 사는 교포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국적과 관계없이 우리 동포요 우리의 큰 자산인데, 우리사회가 제대로 신경이나 쓰고 있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