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시 `통일 대박`론은 이곳저곳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통일 대박`이라는 주장은 청와대 건배제의에서 쓸 정도로 환영하지만 대통령의 발언치고 너무 가볍다는 주장도 뒤따른다. 대박은 사전에서 `흥행이 크게 성공하다`, `큰돈을 벌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말이다. 대박은 원래 예상치 못하는 행운을 뜻하며 대통령의 `통일 대박`이 통일의 미래에 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을 촉발한 것은 사실이다.

우리 사회에서 통일의 당위성에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그 효과에 관해서는 부정적인 사람이 많다. 얼마 전 어느 중학생 대상의 통일관련 특강 자리에서 “혹시 통일을 반대하는 학생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손을 드는 학생이 예상보다 많았다. 즉석에서 그 이유를 물었더니 “북한이 식량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데 통일이 되면 우리도 같이 거지가 된다”는 주장이다. 요즈음의 학생들이 우리 남쪽만 잘살면 되지 북쪽 동포나 통일에는 관심이 없다는 지극히 이기주의적 발상을 보는듯하여 서글픈 마음까지 들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는 언제부터인가 통일이 `동반 거지론`이나 `통일 쪽박 론`으로 오해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풍조는 북한을 극도로 증오하는 보수층의 반공, 반북 논리와 결합하여`반통일 론`이나 `통일 무용론`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번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은 이와는 분명히 다른 입장이며 통일의 경제적 효과가 크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비유한 발언이다. 세계적인 경제 전문기관이나 투자 전문가들은 일찍이 한반도 통일의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표한 바 있다. 몇 해 전 미국의 골드만삭스는 한반도가 통일된다면 2025년 국민소득 3만6천813달러, 2050년에는 8만1천462달러로 GDP 세계 2위 국가가 된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투자 전문가 짐 로저스도 얼마전 한반도 통일은 동북아의 생산, 투자, 교통의 중심지도기 때문 남북의 통합이 시작되면 자신이 먼저 전 재산을 한반도에 쏟겠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레이 크라인의 국력에 관한 가설을 보더라도 통일은 우리의 국력을 배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는 국력 성장의 필수 요건으로 인구와 영토 규모, 경제력과 군사력 여기에 더하여 국가의 전략적 목표와 국민의 발전의지를 들고 있다. 남북이 통일되면 우리의 영토는 현재의 배인 22만 ㎢로 넓혀지고, 인구도 7천500백만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경제력도 남한의 자본과 기술이 북한의 노동력과 천연자원과 잘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를 배가할 수 있다. 결국, 새로 탄생하는 통일국가의 미래상은 규모 면에서 유럽의 강국인 독일, 프랑스, 영국 등과 비슷한 수준에 이르게 되어 동북아의 중심국가로 우뚝 설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국가의 전략적 목표와 국민의 발전의지도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대박 나는 이 통일을 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룰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통일은 `대박`이지만 그것이 결코 로또 복권 당첨되듯이 요행으로 찾아올 수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발언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나 국민의 피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천문학적인 통일비용은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국민 내부에 자리 잡고 있는 반통일적 정서인 `통일 쪽박론`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주변 4강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 현실적으로 꽉 막혀 있는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 것인가. 어느 것 하나 해법이 간단치 않다.

이처럼 통일의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는 상황에서의 갑작스런 `통일 대박`론은 자칫 허공의 메아리가 될 수도 있다. 정부는 우선 통일이 `결과가 아닌 과정`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통일의 파트너인 북한과의 착실한 대화부터 다시 시작하여야 한다. 여기에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의 대북 협상경험을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으로 삼을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