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매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회원국가의 국가의 삶의 짊을 평가하여 그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우리가 GDP 규모면에서 세계 10위권에 진입하였고, G20 회의에도 참석하여 우리의 삶의 질도 이에 비례할 것이라 기대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2011년 한국인의 삶의 질은 OECD 34개중 26위, 작년에는 36개국 중 24위로 상승되더니 올해는 불행히도 27위로 떨어져 버렸다. 한국인의 삶의 질이 이토록 점점 나빠지고 있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삶의 질에 대한 평가는 조사 기관, 조사 문항, 조사 시기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매년 그 나라의 수입 상태, 주거 환경, 삶의 만족도 등 11개 세부 지표로 평가하는 OECD의 평가 지표는 일단 신뢰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외환 보유고가 일본을 능가할 정도로 건국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르고, 한국의 스마트 폰이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한류의 K-POP이 세계를 휩쓸면서 류 현진, 김연아, 싸이가 세계인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작 우리나라의 삶의 질은 이렇게 낙후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우리는 우리의 오늘의 삶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이에 대한 해법을 서둘러야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이 번 발표에서 우리나라는 사회적 안전 면이나 시민의 참여 등에서는 선진 상위권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나 있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의 공동체 의식은 10점 만점에 1.6으로 세계 34위로 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사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 인가 더불어 사는 공동체 의식이 현저히 약화된 것은 사실이다. 지난 해 나는 어느 시골 도로변에서 급한 일로 지나가는 차량에 손을 들어 보았지만 7대 모두 눈길한번 주지 않고 지나가 버렸다. 그때의 절망감은 형언 할 수 없다. 우리사회에는 독신자가 혼자 사망하여도 모르는 비정한 사회가 되어 버렸다.

이번 조사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한국인들의 응답 77%는 OECD 평균 90%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우리 한국사회는 혈연이나 가족 공동체의 결속은 그런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 공동체 연대의식이나 공동 체 의식은 여지없이 약해져 있음을 눈앞에서 보고 있다. 그동안 잘살아 보자는 물질 만능주의 적 경쟁구조가 인간의 공동체 의식마저 단절시킨 결과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분열 대립 현상이 만연되어 있다. 좁은 땅에서 남북이 대립하고, 여야가 연일 정치 투쟁으로 치닫고, 노사갈등이 현재화하는 공간에서 공동체적 유대는 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오늘의 정치권처럼 협상과 타협은 굴종이나 야합으로 치부될 수 있는 공간에서 관용과 협력의 정신은 찾아볼 수도 없다. 결국 이러한 갈등과 대립은 상호 불신을 초래하고. 법질서의 효능 감마저 약화 시키고 있다. 이 나라 정치가 시민 사회마저 편 가르기 하여 공동체의 불안은 더욱 가중되어 시민이 오히려 정치인을 걱정하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우리 사회가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여 협동하는 기풍을 진작하지 않고서는 우리의 삶의 질이 결코 좋게 평가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공동체적 의식은 결코 하루아침에 조성되지 않는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정치권부터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복원하여야 한다. 여기에는 여야가 그간의 누적된 상호 불신이라는 정치적 응어리를 풀기위한 `역사적 타협`이 필요하다.

우리의 경제도 양적 성장의 신화 보다는 질을 우선해야할 시점이다. 우리의 과열된 교육도 경쟁만이 능사가 아님을 깨닫고 협동과 공존이라는 교육 공동체를 만들어 가야 한다. 우리의 시민 사회의 NGO도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 공동체를 위한 `도덕 재무장 운동`을 다시 전개하여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