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호 승

어미개가 갓난 새끼의 몸을 핥는다

앞발을 들어 마르지 않도록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며

온몸 구석구석을 혀로 핥는다

병약하게 태어나 젖도 먹지 못하고

태어난 지 이틀 만에 죽은 줄도 모르고

잠도 자지 않고 핥고 또 핥는다

나는 아이들과 죽은 새끼를

손수건에 고이 싸서

손바닥 만한 언 땅에 묻어주었으나

어미 개는 길게 뽑은 혀를 거두지 않고

밤새도록 허공을 핥고 또 핥더니

이튿날 아침

혀가 다 닳아 보이지 않았다

어미 개는 갓 낳았으나 이미 주검으로 변한 죽은 새끼를 혀로 핥고 또 핥으며 그에게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어주고 싶었는지 모른다. 거룩한 본능이 아닐 수 없다. 하물며 미물인 개도 그렇거늘 우리 인간의 모성애란 더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혀가 다 닳아 보이지 않는 어미개의 혀보다 더 따스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길고 긴 사랑과 정성의 혀로 평생 동안 자식들을 핥고 있는 것이 우리의 어머니들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