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경 철

자귀꽃 목백일홍 붉게 피어

늦더위 노염 덩달아 달아올라

열대야 염천 땀 뻘뻘 뒤척이다

문득, 깨어난 새벽녘

영글어가는 풀벌레 소리…

목백일홍 핏빛 낭자하게 동터오는 하늘

훠이훠이 서녘 하늘 건너는 창백한 달

달하 달하

텅 빈 가을로 하얗게 스러지는 새벽 달하

뜨겁게 작열하는 태양, 늦더위에 지친 대지 위에는 목백일홍도 자귀꽃도 피어 아름다운 늦여름의 풍경을 이루고 있다.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서녘 하늘을 건너는 창백한 달을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은 인생의 허망함을 느끼고 있다. 새로운 희망과 기대감으로 떠오르는 아침 해보다는 텅 빈 가을로 하얗게 스러지는 새벽 달을 따라가는 시인의 눈과 마음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