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선 경

10층의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멈춘다

하루에도 수십 번 낙하하는 출구

앞에서 언제나 열렸다 닫히는 뒷모습처럼

나는 늘 앞으로만 걷는 절벽

10층에서 사라진 캄캄한 뒤통수

바람은 언제나 등 뒤에서 불어오고

하루에도 수십 번

나는 누군가의 표정 앞에서 열렸다 닫히는 계절

10층 철근 레일을 힘껏 잡아당긴 누군가의 얼굴이

뛰어내린다

하루에도 수십 번

또다시 닫혔다 열리는

얼굴 위로 낙하하는

엘리베이터가 오르내리는 벽 속은 직벽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그 직벽 앞에 섰다가 멀어지곤 하는 것이 현대인들이다. 가파르기 짝이 없는 건물의 벽이다 그 벽속을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트 만큼이나 가파른 것이 우리의 마음이다. 누군가의 표정 앞에서 열렸다가 금방 싸늘하게 닫혀버리는 것이 현대인들의 여유없는 마음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 닫혔다 열리고 열렸다 닫히는 엘리베이트 같은 것이 우리 마음의 문이 아닐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