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해 리

그늘이 있는 곳은 어디인가

그늘이 그늘그늘 드리워진 곳은 어디인가

그늘은 늘 아래 존재한다

그늘은 미끄러워 잡히지 않는다

그런 걸 알면서도 나는 `그늘 아래`라고 겁 없이 쓴다

그늘에 아래가 있는가

그러면 그늘의 위는 어디인가

그래 어쩌자고 나는 그늘 아래로 파고드는가

그냥 그늘 속으로 기어들지 않는 것인가

그늘은 무두질 잘 해놓은 투명한 가죽이다

그늘에서 가죽에 막걸리를 먹여야 좋은 소리가 난다

그늘의 소리가 베어 있다 나온다

그늘북은 슬픔이다

그게 아니다

그것은 젖어 있는 팽팽 희망이다

그래 나는 늘 그늘이고, 아래에 있고 싶다

그늘이라는 말에는 속이라는 뜻과 아래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데 시인은 그늘 아래라고 말하면서 그늘의 그늘을 발견하고 거기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비록 그늘도 어둡고 음습한 상황이지만 그것의 그늘은 더 깊은 절망이 아닐까. 그러나 시인은 거기에서 팽팽한 희망을 발견하고 있다. 거기에서 출발하고 거기에서 활발하게 일어서고 싶은 것이다. 희망이 크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