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승 훈

속초 동명항 주차장 공중화장실에서 나올 때 입구에 젊은 여자와 허리 굽은 노파가 서 있다. 젊은 여자가 “그래도 한번 가 봐야 해요.” 주차장 너머 바다를 가리키며 말한다. 노파는 “글쎄 거기 가면 뭐해? 가 봐야 바다잖아?” 말하고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바다는 보고 가야죠” “난 안가. 가봐야 바다야” 계속 언쟁을 한다. 아마 늙은 엄마 모시고 바다 구경 온 모양이다. 딸은 재촉하고 허리 굽은 엄마는 가기 싫다고 우기는 속초 바다 여름 오후.

늙은 엄마를 모시고 바다 구경을 온 모녀가 나누는 짧은 대화가 재밌게 그려지는 한 컷의 풍경을 제시하면서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건 뭘까. 지루하고 힘겨운 한 생을 건너온 늙은 어머니에게는 물결이 끝없이 일렁이며 다가왔다가 멀어져가는 반복의 바닷가는 별로 흥미로운 구경거리가 못되는 것이었는지 모른다. 어렵고 곤궁한 한 평생의 삶이 어머니의 마음을 그리 굳게 해버렸는지 모를 일이다. 어떤 쓸쓸함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