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찬 호
이 책을 읽을 땐 쪼그려 앉아야 한다
책속 소인국으로 건너가는 배는 오로지 버려진 구두 한 짝
깨진 조각 거울이 그곳의 가장 큰 호수
고양이는 고양이수염으로 포도씨 만한 주석을 달고
비둘기는 비둘기똥으로 헌사를 남겼다
물뿌리개 하나로 뜨락과 울타리
모두 적실 수 있는 작은 영토
나의 책에 채송화가 피어 있다
버려진 구두 한 짝, 깨진 조각 거울, 고양이의 방문, 비둘기의 헌사 등을 채송화가 피어 있는 시골집 마당에 끌어들이는 시인의 상상력이 참 재밌다. 채송화나라라고 지칭하는 아름다운 생명의 나라에 다녀가는 고양이 비둘기들의 방문을 축복과 사랑의 헌사로 표현한 시안이 맑고 깨끗하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