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승 훈

깊은 밤 술에 취해 택시를 타면 담배 생각이 나고 난 기사 옆 자리에 앉아 기사에게 말한다 담배 한 대만 피웁시다 그러세요 어떤 기사는 허락하고 에이 좀 참으세요 어떤 기사는 참으란다 깊은 밤엔 기사들이 담배를 허락하고 난 창문을 반쯤 열고 담배에 불을 붙인다 담배가 떨어져 기사에게 담배를 빌릴 때도 있다 어느 해던가! 성냥을 켜던 나를 보고 기사가 말했지 선생님 이상하네요 아니 켜기 쉬운 라이터를 두고 왜 성냥을 넣고 다니십니까? 네 성냥이 좋아서요 라이터는 무겁고 성냥은 가볍잖아요? 그런 밤도 있었다

깊은 밤 택시를 타고 가면서 담배에 얽힌 얘기를 구수하게 피력하고 있는 시인의 언어들 속에는 담배연기 같은 가벼운 세상에 대한 열망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다. 라이터보다 가벼운 나무소재의 성냥, 담배연기, 이런 것은 번거롭거나 무거운 것이 아니다. 그런 것에서 벗어나 단순하고 가벼워져서 시공을 유영하고 싶어하는 낭만과 정겨움이 깊게 스며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