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사년 신년 화두는 `귀농·귀촌`
⑻ 칠곡 북삼 친환경연구회 유국선 회장

▲ 유국선 회장은 귀농에 성공하려면 미리 준비하고 배워야 한다는점을 잊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귀농은 은퇴자들이 꿈꾸는 전원 휴양지를 찾는 것이 아니라 치열한 삶의 현장에 다시 서는 것이다”

유국선 칠곡군 북삼 친환경연구회 회장(52)은 봉화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학업을 마치고, 사업 중 거래처 부실과 원청업체 부도로 사업을 접었다. 다시 영업직으로 도전했지만 도저히 미래가 안보여 부모님이 먼저 와계시는 칠곡군 북삼읍 오평리에 94년 귀농을 했다.

귀농 16년째인 지금은 70대인 노부모님과 아내 노승열(51)씨, 그리고 대학생인 자녀 둘과 함께 경상북도 농업기술센터의 강사로 귀농인 현장실습 을 지도하며 살고 있다. 유 회장은 귀농 후 지금까지 경북도와 칠곡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실시하는 농업비지니스대학, 친환경대학, 농민사관학교 등 수많은 영농교육을 이수하고 첨단농업기술을 몸소 체험했다.

또한 고암농장을 경영 하면서 지역사회에 공헌한 농업인으로 인정받아 농립부장관, 경북도지사, 칠곡군수 등의 표창과 함께 성공한 귀농인의 한사람으로 꼽힌다.

참외 전문재배로 연간 억대 매출 농사꾼으로
인근 농가 17명과 협력 인터넷 쇼핑몰사업 결실도
“농사 아무나 할 수 있다는 어리석은 생각 버려야”

□ 귀농계획

귀농에서 성공 하려면 미리 준비하고 배워 가야한다. 유 회장은 귀농을 선택하기에 앞서 오랜 준비기간과 영농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무작정 도시생활이 싫어서 농촌을 택한다면 십중팔구는 실패 한다”며 공부도 해야 하고, 경제적 여건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땅에 애착을 가져줄 것을 주문했다.

“귀농은 휴양지가 아니라,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고 해서 곧바로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귀농은 자연에서 삶이 주는 특별한 행복과 낭만이 있지만, 농촌의 삶 역시 치열한 생존투쟁의 현장이란 점을 간과해서도 안된다”

귀농 선배로서 유 회장이 후배 귀농인들에게 주는 충고다. 유 회장의 조언은 이어진다. 또한 진짜 귀농하려면 먼저 지역을 잘 선택해야 한다. 왜냐면 지역민과의 융화가 첫째 조건이기 때문이다. 홀로 농사짓는 것은 귀농이 아니라 휴양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그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틈새시장과 아이디어를 갖고 가야한다. 막연히 가서 열심히 하면 되겠지는 실패할 확률이 99%다. 세 번째는 정신력이 확고해야 한다. 농촌의 낭만도 없고 실패의 쓴잔도 마시게 되고 넘어야할 산이 많다. 이것을 이기려면 자신의 의지력과 주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어려울 때 필요한 멘토가 있어야 하고 부지런한 성품과 지역사회와 융화가 필수적이라는 것도 덧붙였다.

유 회장이 참외 1만㎡(약3천평), 벼 4만5천㎡를 재배하면서 지금은 연간 1억5천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성공한 농사꾼으로 변신한 데는 아내의 내조가 없었더라면 불가능 했다. 귀농을 시작할 때 농사의 `농(農)`자도 모르는 아내에게 시골생활을 해야 한다는 얘기를 미안해서 못했는데 눈치 빠르게 알아서 묵묵히 도와준 아내에게 그 공을 돌렸다.

원조 귀농인으로 유 회장의 멘토 역할을 한 현 송석록(58) 북삼농협 조합장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송 조합장도 30년 전 부산에서 회사에 다니다가 귀농해 고향 오평에서 참외농사로 성공을 하고 있을 때 귀농한 유씨가 당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도움을 주었던 조력자다.

유 회장은 “귀농에 있어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은 지역사회와 얼마나 융화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혈연과 학연으로 똘똘 뭉친 지역사회가 귀농자를 쉽게 받아들여주질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해결책을 나처럼 들고 가야한다고 말했다.
 

▲ 유국선(왼쪽) 칠곡 북삼 친환경연구회 회장이 자신의 귀농에 도움을 준 송석록(58) 북삼농협 조합장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귀농 성공기

오직 혼자 농사만 지으면 농촌에서 살아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지역의 특성을 잘 파악하여 그곳의 특산물을 이용하여 시대의 변화에 따르고 같은 종류의 농사를 함께 하여야 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유씨가 진정한 농촌사람으로 뿌리내린 것은 귀농 후 8년이 지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IMF 외환위기로 귀농한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사람끼리 만남이 이뤄지면서부터다.

유 회장은 이들과 함께 이지역의 농토에 맞고 인근지역에서 성공하고 있는 참외를 전문적으로 재배, 직접 판매하기로 하고 뜻이 맞는 인근농가 17명이 모여 `북삼친환경참외연구회`를 결성해 서로 돕는 협력농업을 시작했다. 한 푼의 경비라도 아끼기 위해 회의실은 60만원을 주고 구입한 중고 컨테이너를 이용했다. 그곳에서 참외 출하작업이 없는 매주 토요일이면 함께 모여 서로의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귀농 성공의 꿈을 키워 갔다. 그리고 회원들과 유회장이 흘린 땀은 `북삼폴리페놀참외축제`와 `칠곡장e네` 인터넷쇼핑몰사업으로 결실을 맺기 시작했고 이것이 그토록 그리던 부농의 꿈이 실현되는 출발점이 되었다.

유 회장은 귀농하면 정부와 자치단체가 지원도 하고 관리도 하겠지 하고 생각하면 큰 오판이며, “농사는 아무나 할 수 있다는 생각도 어리석은 착각”이라고 말한다. 귀농은 가족들의 화합된 응집력과 엄청난 자기 노력과 결정력, 경영마인드가 가미된 비즈니스 능력을 갖춘 `뉴 슈퍼맨`이 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유 회장은 농사일을 배우는 데는 끝이 없다고 했다. 현재도 칠곡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농업교육을 빠짐없이 참여하고 첨단IT기술과 농업기술을 융합하는 방법과 경영노하우를 복합적으로 터득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회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혼자 넘어가지 못할 실패의 산도 넘을 수 있었다고 했다. 늘 흙에 애정을 가지고 자식 같은 작물과 대화도 할 수 있는 애정이 있어야 농촌에서 아름다운 삶을 만들어 갈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다.

칠곡/윤광석기자 yoon777@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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