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로 높이 3.4m에 불과해
컨테이너 등 창고조차 못 지어
주민들 권익위 청원으로
대체도로 개설안 받아냈지만
郡·철도공사, 토지보상비 갈등
주민들만 이래저래 골탕

영덕군 병곡면 병곡리 동해선 철도 아래에 시공된 통로박스. 이진우 병곡1리 이장이 통로박스가 낮아 굴삭기가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윤식기자
[영덕] 포항∼삼척 동해선 철도 건설과 관련 옛 도로가 폐지되고 철도 아래에 만든 ‘통로박스’ 높이가 낮아 영덕군 병곡면 주민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통로박스는 높이가 3.4m에 불과해 승용차나 소형트럭만 드나들 수 있고, 높이가 3.8m인 레미콘트럭과 굴착기 등 대형차나 중장비는 드나들 수 없기 때문이다.

병곡면 주민 하모(63)씨는 병곡면 병곡리 야산에 경작하면서 농사용 창고를 짓기로 하고 최근 행정당국에 허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허가가 나더라도 창고를 짓기가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하씨 경작지 주변으로는 창고나 농막 지을 때 필요한 컨테이너 등 자재와 장비를 옮기기 어렵고, 농업용 지하수를 확보하려고 해도 공사 장비 접근이 쉽지 않게 됐다.

병곡리 일대에 차가 드나들 수 있는 길은 이곳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이 길 일부구간은 급경사와 굴곡으로 안전사고 발생 위험마저 크다.

하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면 소재지와 경작지 사이에 오래된 길이 있어 대형차가 다니는 데 제약이 없었지만, 이 길이 폐지되고 철도 아래 생긴 통로박스가 작아 화가 치민다”고 했다.

이곳에 펜션을 운영하는 이모(56)씨는 “유일한 통로의 높이가 낮아 대형차가 드나들 수 없으니 집 주변이 고립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 일대 주민 50여명은 지난해 12월 국가철도공단에 통로박스를 확장해달라고 청원했지만, 부정적인 답변을 들었다.

철도공단 측은 “국토교통부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 등에 따라 설계·시공이 끝난 구조물이어서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다시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 민원을 넣었다. 권익위는 올해 4월 현지조사를 거쳐 대체도로 개설안을 중재안으로 내놓았다.

하씨나 이씨 땅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에 있는 기존 도로와 연결하는 대체도로를 놓으면 대형차 출입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철도공단은 토지보상비 1억3천만원을 영덕군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영덕군은 철도 건설로 민원이 발생한 만큼 철도공단이 부담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이래저래 주민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

병곡면 이진우(병곡1리 이장 50)씨는 “영덕군과 한국철도공사가 주민들의 민원 해결책 마련을 위한 노력은 뒷전이고 토지보상비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양측을 비판했다. /박윤식기자 newsyd@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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