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추(初秋)의 양광(陽光)은 돌담위로 누렇고 세월 먹은 누렁호박을 매달았고 새끼줄이 흘러내리는 지붕 한곳에는 흰 박꽃이 저물고 있다. 여산여수(如山如水)의 삶이다. 한옥은 산을 닮고 물을 닮듯 느긋하고 담담하게 살아갈 정겨운 집이다. 2010년 8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오른 경주 양동마을은 조선시대 양반들의 집성촌과는 달리 두 가문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 온 것이 특이하다. 양반은 다른 성씨들과 섞여 살지 못한다는 관례를 깬 마을이다. 월성 손씨(月城孫氏)와 려강이씨(驪江李氏)는 대대로 한 마을에 살긴 했었지만 날아갈 듯 뽐내는 고옥들이 평화롭게 보이는 겉과는 달리 내부적으로는 대립과 경쟁이 끊이지 않았다. 가문간의 경쟁의식은 모든 건축물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 했다. 두 가문이
입춘이 지나고 봄비가 촉촉이 내리더니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나는 경칩(驚蟄)과 함께 새 봄의 기운이 제법 감돈다. 어둡고 추운 겨울을 지나면 만물이 소생하는 따뜻한 봄날이 찾아 오듯 우리사회에도 훈훈한 감동의 향기가 일고 있어 기분이 좋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시작한 `감사나눔운동`이 지역사회에 번지며 불어오는 훈풍탓 이다. 지난해 11월부터 포항제철소장이 도입한 `감사나눔운동`은 지역과 함께하는 포스코가 상생을 넘어 동반성장을 위한 `사랑받은 기업 만들기`의 일환으로 전개한 사내운동으로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직원들로부터 사랑받는 회사가 되고 직원이 행복을 느끼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감사와 웃음, 선행을 나누며 지식과 지혜를 공유하는 운동이 감사나눔운동의 실체라 한다. `감사
“여보” “당신”은 가장 부르기 편한 순 우리말이다. 그런데 이 말은 한번 비껴가면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경제적 손실도 만만치 않다. 피해는 아버지 몫이다. 부부가 살면서 싸움을 피해갈 수는 없다. 기백이 넘치고 경제사정이 여유가 넘쳤던 경제연령 시기를 보내고 서로를 보살펴 주어야 할 시기(백년해로)까지 가려면 부부싸움도 현명한 지략이 필요하다. `60대 아줌마는 딸과 건강 돈 친구 찜질방`만 있으면 재미나게 노후를 산다고 한다. 우스갯소리겠지만 시대의 한 단면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다. 아버지는 어머니와는 틀린다. 아내 처 여보 당신하면서 늙을수록 아내를 떠받들며 산다. 황혼이별을 피해가려면 권태기 극복이 주요하다. 낡은 집을 리모델링을 통해 새롭게 하듯이
지금 한국인의 70%는 부패를 걱정하고 있다. 올라가야 하는데 39위(2010년)에서 43위로 무려 4단계나 뛰었다. 현재의 부패수치에서 10%만 투명해지면 80조원의 이익이 생긴다고 한다. 가난했던 시절, 수난의 역사를 이겨내고 경제선진국 반열에 올라 헐벗고 배고픈 가난을 물리쳤지만 홍수처럼 닥친 금전만능주의는 부패라는 큰 병리현상을 키운 셈이다. 지금 터지는 우리사회의 부패는 국가기강까지 흔들 만큼 커졌다. 역사 속의 헐벗고 굶주림이 극에 달했던 시절은 이외로 길었다. 일제 식민정권의 수탈 속에서도 처참했던 6·25 전란을 겪으면서도 서로를 아끼는 인정만은 강해서 적은 것도 나눠먹고 서로를 아끼고 도울 줄 아는 부조 정신이 강했던 세월이 불과 반세기전 일이다. 부패는 짧은 시간에 성취
이모가 사라진다. 아주 오랫동안 한국사회에서는 엄마 이상으로 정겨운 이모라는 호칭이 존재했었다. 이모는 사실 또 다른 살가움이 숨어있다. 저출산 사회 현상이 이모라는 살갑고 정겨운 단어를 내 쫓아 버렸다. 고모도 그렇고 큰 아버지와 작은 아버지 외삼촌 외숙모도 사라지고 있다. 가장 가까운 친족을 부르는 호칭의 존재가 모두 그렇다. 저출산 때문이다. 여성이 평생 아기를 낳는 출산율(1.15~1.23명)이 흔들리지 않고 1위(OECD)를 고수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222개국 가운데 217위다. 도시국가 홍콩과 최저 출산율을 두고 경쟁하는 꼴이 됐으니 민족의 미래가 단연 보장될 수 없다. 이번 세기 내내 저출산이라는 단어를 달고 살아야 할지모르며 이미 익숙하게 들리는 처지가 돼 버렸다.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은 인구 7만 명에 하나 꼴로 748군데에 불과하다. 인구 51만인 포항에는 다섯 곳, 경주도 두 세 곳에 불과하다. 미국·일본·독일에 비하면 절반에도 이르지 못하는 수준이며 공공도서관의 장소나 인원 예산지원 등을 살피면 그 수준은 더 떨어질 것이다. 우리나라 시군이 중점적으로 펴는 상하수도·교통시설·공공지역 청소·민원 행정 분야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 꽃다발 사회(다인종 도시)로, 인구가 많기로 이름난 뉴욕에 가면 공공도서관부터 먼저 가보라는 말이 이민자 사회에 굳어져 있을 정도다. 4개 연구센터와 85개 도서실에는 5천200만 권의 알찬 장서가 있는가하면 이주민 언어 교육을 비롯 문화강좌, 생활강좌 등이 정기적으로 열려 뉴욕 시민을 길러내는 곳이 되었다. 카네기는 1
막말이 도를 넘었다면 시정잡배 수준이다. 그것도 언어흐름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방송과 학교 선생님, 법조계, 정치권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니 단연 사회적 문제다. 막말은 거치고 함부로 내뱉고 마지막까지 간 말이다. 우리사회의 언어지표가 될 방송언어는 한문장, 한마디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원론은 예전에 먼 곳으로 가버렸다. 거칠고 괴이하고 폭력적이고 도를 넘는 선정적인 말들로 인해 언어의 방향타를 잃어버렸다. 품위를 떨어뜨리지 않는 방송언어가 안방극장에서 내 몰린지는 10년이 훨씬 넘었다. “싸가지다” “쪽팔리다” 정도의 잡어(雜魚)는 이젠 신사어가 됐을 뿐 아니라 이런 언어를 개그맨이 구사해서는 인기반열에서 멀어진다고 하니 우리사회에 유통되는 언어의 품위수준을 알만하다. 강력한 사전심
인도를 여행하다보면 팔 다리가 자유스럽지 못한 어린이들이 여행자들에게 매달리는 모습들을 어디서나 많이 본다. 어릴 때 소아마비 예방 접종을 받지 못해 팔 다리가 굳어버린 아이들이다. 그동안 지구상에서 소아마비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했던 나라는 땅이 넓고 인구가 10억이 넘는 나라 인디아였다. 그 인디아에 지난 1년간 단 1건의 소아마비 환자가 발병하지 않았다는 인도 정부와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2012년 1월13일)로 지난 30여 년간 소아마비 박멸을 위해 기부금을 모으고 직접 현장에서 자원봉사에 나셨던 미국 질병 통제 센터, 유니세프, 122만 국제로타리 회원들에게는 벅찬 감동을 주는 뉴스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3일까지 계속된 테스트 결과가 `네가티브`로 밝혀짐에 따라 인
인간이 가지는 탐욕의 본성은 신도 다스리기 힘이 든다고 했다. “하나님은 뇌물을 받지 않는다”라는 말이 구약성경에 있는 것을 보면 뇌물의 역사는 의외로 오래됐다. 삼국지에도 첫 쪽부터 뇌물 얘기가 등장한다. 우리사회의 부패수준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을 만큼 널리 퍼져 국제투명성 기구에서 본 우리나라 투명도는 43위(2011), 그 전해보다 무려 4단계나 뛰었다. 무역, 경제규모, 인터넷 등 모든 부분에서 10위권 이내에 들지만 부패지수만은 험난하다. 현재의 부패수치에서 10%만 투명해지면 80조원의 이익이 생긴다고 한다. 경제학자들은 일본 수준(12위)만 돼도 우리나라 경제발전지수는 1.5%가까이 더 올라 간다는 것. 0.5%를 더 올리기 위해서 국가의 모든 행정력을 쏟는다고 볼 때 이 수치가 갖는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한다. 옛 어른들은 자식을 앞세운 슬픔을 참척(慘慽)이라고 했다. 참척의 고통을 겪은 부모의 가슴은 아무리 세월이 흘렀어도 먼지가 앉지 않는다. 어제일 같았던 일본의 사회 현상이 우리 학교 곳곳에 몰려들어 요즘 우리사회의 최대 고통이 됐다. 왕따로 몰려 자식을 품에 묻은 대구와 광주에 사는 부모의 마음은 참척이다. 그래서 먼 훗날 한쪽 부모가 먼저 세상을 뜨면 꼭 앞세운 자식 이름을 부르며 데리고 가라는 당부를 잊지 않는 게 부모의 마음이다. 물론 죽지 않을 만큼 맞고 들어온 어린자식을 보는 것도 큰 고통이다. 저녁 상가(喪家)에 구두들이 모인다/ 아무리 단정히 벗어놓아도/ 문상을 하고 나면 흐트려져 있는 신발들/ 구두들이 구두를 짓밟는 게 삶이다/ 밟히지 않는 건
세월이 도공의 물레처럼 너무 쉽게 돌아가 버리는 것 같다. 호미곶과 간절곶은 우리나라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이다. 스위스 알프스 산장은 해질 무렵에 도착하는 관광열차가 더 인기다. 지는 해를 즐기는 서양 사람들과는 달리 한국인들은 해맞이에 늘 그렇듯이 기세 좋게 몰린다.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뱅이는 굴러서/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 했다. 손택수 시에서… 달리면 꼴찌가 나오기 마련이다. 시인이 보는 경주에는 바위까지 당당하게 출전, 한날한시에 당당하게 도착시켰다. 바위가 경주를 하다니… 바위는 제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달리기를 했을 뿐이다. 황새나 말처럼 날고뛰는 재주를 가졌다고 해서 자랑 할 이유도 없고 달팽이나 굼뱅이처럼 느리다고 한
젊음이 가졌던 초승달처럼 고운 눈썹 완전아미(宛轉蛾眉)도 세월은 이기지 못한다. 이제 며칠 있으면 한 해가 저문다. 모두 다 보람 있는 한 해를 보냈을 까. 그러나… “새해에는 뭔가 의미 있고 큰일을 하리라, 하고 결심했는데, 벌 써 일 년이 다 됐다 말인가?” “한해가 이렇게 빠른가?” 하고 세월의 빠름을 통감하는 분도 많을 것이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는 세월의 빠르기를 부싯돌에서 번쩍 이는 불꽃같다고 했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가족이라는 가장 아름다운 인연에 묶인다. 출생신고하면 법이라는 사회 제도에 묶이고… 묶이는 게 싫다. 그런데도 인간은 뭔가 묶이면서 살아간다. 사람 간에 얽히고 떠받치고 그렇게 밀물 썰물이 돼가면서 살아간다. 경주 동 남산 불곡, 천년 비바람을 한달음에 보내듯 하세월
신안 앞바다에서 끝없이 올라오는 고려도자기는 얼마나 될까. 1976년 초 전라남도 신안 앞바다에서 주꾸미가 물고나온 청자로 인해 고려 도기사의 역사는 새로 쓰게 됐다. 지금도 신안앞바다에서 몰래 고려도자기를 건져 올린 어부들이 자주 경찰 출입을 한다고 보도된다. 신안 앞바다는 고려도자기의 보고다. 얼마나 더 깔려있는지는 짐작하기 힘들지만 고려도자기의 고향 같은 곳이다. 그렇지만 그곳에는 고려 사람들의 살림살이를 윤택하게 빛내준 도공과 배, 사람의 생명, 눈물, 혼이 그만큼 쌓인 곳이기도 하다. 고려청자는 비색이다. 그 비색은 지평선 가까이 펼쳐진 연두 빛 하늘 색깔이다. 도자기를 굽는 기술을 전한 중국 도공들마저 상감청자엔 찬사를 보냈다. 일본에 들어가서는 고향땅에서보다 훨씬 나은 대접을 받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글을 잘 썼다. 손재주가 좋기 때문이다. 사경은 삼국시대나 신라 고려시대에 이르기까지 부처님말씀이신 불경의 긴 내용들을 종이에 정성스럽게 베껴 쓴 것들이다. 이런 사경정신으로 인해 우리나라 불교는 1세기경 히말라야와 미얀마·윈난성을 넘는 두 길로 들어온 중국보다 상당히 늦게 4세기부터 시작됐지만 불교가 갖는 정신세계는 더 화려하게 꽃 피었다. `국보 196호 대방광불화엄경` 등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것만 40건이 넘는다. 화엄경을 필사하는 데 쏟는 정성과 기술은 우리나라 불교 성장에 큰 영향을 끼친 중국도, 우리불교를 가져간 일본도 못 따라올 경지까지 갔다. 금이나 은을 아주 얕은 가루로 만들고 닥나무로 만든 최고 품질의 종이에다 적당하게 녹인 아교를 두 서너 차례 바르고 말린 다
8월에 출렁거렸던 독도 얘기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10월로 접어들어서는 1900년 10월25일 고종황제가 대한제국 칙령 41호로 울릉도를 울도로 이름을 바꾸고 석도(독도)를 관할한다고 고시, 독도를 대한제국의 영토로 재확인하는 기념일과 독도패션, 음악회 등으로 뜸해졌다. 가수 김장훈이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 `투루스 독도`가 이채롭긴 하다. 독도비자시대가 있었다. 1970년대 이전부터 독도 출입이 비교적 자유로워진 시기까지 언론사 기자치고 한두 번씩은 다 겪었다. 정치나 시사문제를 떠나 단순히 독도의 자연 환경이나 생태계를 취재하기위해서 낸 입도 신청서마저 번번이 거절되었던 시기를 그 때 기자들은 “독도 비자시대”라고 불렀다. 당시 독도문제를 다루던 고위관리에게 “우리 땅에 그것도 언론사 기
일본엔 첫 시간 수업이 있기 전 10분간 책읽기를 하는 초·중·고교가 2만 6천여 곳, 전체학교의 70%에 이른다. 아침독서운동을 20년 넘게 펼친 결과이다. 1988년 지바현의 한 고교에서 시작한 이래 전국으로 퍼졌다. 아침독서운동 10분은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열흘만 모이면 책 한권을 뗄 수가 있다. 독서를 하게 되면 많은 지식을 책에서 얻을 수도 있지만 생활태도를 학구적으로 바꾼다. 책을 멀리하고 1년에 책 한권 사보지 않는 어른들이 수두룩한 지금의 한국인들을 바라보노라면 간서치(看書痴:책만 보는 바보)라는 별명으로 불린 이덕무나 `오거서(五車書:다섯 수레의 책)`를 얘기한 두보(杜甫)가 알까 부끄럽다. 일본의 유명한 에세이스트가 19세기 유럽의 배경을 깔고 쓴 글을 한 소년이 서점 진열대에
생로병사(生老病死)를 다룬 TV프로그램이 시중 얘기꺼리로 자주 등장한다. 나이가 드니 약보따리가 늘어나고 병원에 가는 일이 잦다. 당뇨증세가 있는가 했더니 고혈압이 따라 붙어 약봉지가 하나 더 늘었다. 불로불사(不老不死)를 꿈꾸던 진시황은 과연 얼마나 더 오래 살았을 까. 시황은 기원전 210년 불사(不死)의 약을 구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가 병을 얻어 죽었다. 50살 객사(客死)였다. 수은을 불사의 약으로 잘못알고 먹었다는 설이 있다. 예전 이야기는 언제나 더하고 뺄 것이 있다 하지만 장생을 꿈꾸던 황제의 최후로는 걸맞지 않다. 무성생식을 하는 멍게나 불가사리, 해파리 등은 적절한 조건이 갖춰지면 늙지도 죽지도 않을 수 있다하니 진시황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얘기다. 모든 질병은 그 시대를 살아
크기와 그 끝을 짐작할 수 없는 우주에도 검은 굴이 있다. 그 검은 동굴은 어느 순간 형상을 가진 우주의 모든 것을 휘감아 버릴지도 모른다. 동양사상의 근간이 되는 태극도는 문자가 없던 시절 음과 양이 하나로 돌고 도는 하늘과 땅에 사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이치를 만들어 냈다. 지금도 지구를 보면 만물을 휘감아 도는 신비한 블랙홀 같은 느낌이 든다. 가히 신의 영역에 까지 접근할 만큼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인간의 심층 의식에는 여전히 동굴 같은 죽음의 의식이 자리 잡는 것은 토템일까. 한 20년쯤 더 살면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세상을 볼 것이라고 과학자들이 예언하고 있다. 황우석 박사가 개발하려했던 줄기세포가 현실화돼 인간이 갖는 생로병사의 고통도 사라지는 이론이다. 그렇지만 칠
인도를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불교를 국교로 떠받들었던 신라·고려는 물론이고 지금도 한국여행객은 여전하다. 1세기 경 히말라야와 미얀마· 윈난성을 넘는 두 길로 중국에 들어온 불교는 그로부터 300년 쯤 지나 우리나라로 넘어왔다. 고구려·백제·신라 가운데 불교를 가장 늦게 받아들인 해동 끄트머리나라 신라가 상대적으로 불법의 세계를 여는 데는 더 진취적이었다. 신라의 골품제가 당나라 유학을 부추겼다. 골품제 벽을 넘지 못했던 많은 청년들이나 왕권에 반발, 마을이 싹쓸이(모량부)되는 난을 피하고 목숨을 부지하기위해 당으로 건너간 젊은이들이 많았다. 모량부 출신으로 당나라에 건너가 현장법사로부터 의발을 전수받은 원칙스님이 그 대표적 예다. 원칙스님의 학문은 후일 해동 불교가 대승불교로 가닥을 잡는데 크
단풍이 천지를 뒤덮는 가을은 너나할 것 없이 좋은 계절이지만 곧 떠나버린다. 기상학자들이 보는 가을은 5~20℃ 쯤의 날씨인데 그런 기간이 한반도는 통상적으로 보통 두 달 정도이나 지난해 가을이 그랬던 것처럼 올해도 30일쯤 머물다 갈 것 같다. 초가을은 너무 따뜻해서 길거리의 짧은 바지차림이 어색하지 않았는데 단풍이 곱게 물들기 시작한 10월 달 하순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얼음이 꽁꽁 얼어버리는 이상스런 날씨다. 지난해 가을 강원도 대관령에는 눈발까지 날렸었다. 올여름은 강수량이 많다보니 단풍색은 곱기는 했다. 수분이 없으면 잎 속 화학작용이 시원치 못해 단풍이 제 색깔을 내지 못한다. 나무로 보면 초겨울 넘게 까지 나무가 많은 잎을 달고 있는 것은 하릴없이 재산을 축내는 거나 마찬가지다. 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