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인도에 갔을 때를 생각하면 인도의 발전상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울 수 있고 비교가 되지 않는다. 길거리는 고물차와 사람, 돼지, 소가 뒤엉켜 악취가 나고 걸인들로 넘쳐났다. 10년 만에 다시 찾은 델리는 고물차대신 한국의 현대차 등 고급스러운 새 차들로 홍수를 이뤘으며 길거리 낡은 건물이 헐린 자리에는 고층 건물이 들어서고 지하철 공사와 도로를 넓히는 중장비 굉음으로 소란스러웠다. 인도를 처음 찾은 사람들에게 인도는 여전히 거리는 더럽고 헐벗은 나라로 비친다. 아직도 많은 걸인이 거리를 누비고 음식점은 불결하지만 인도는 분명 빠른 속도로 달라지고 있다. 1991년 이후 폭풍의 개혁이라고 묘사될 정도로 대대적 경제개혁을 시도한 인도는 지금 `21세기 슈퍼 파워`를 꿈꿀 정도로 고속 경제
농어촌학교 입학식은 눈물겹다. 학교에 올 아이가 없어 나홀로 입학식을 보는 일이 예사롭지 않다. 입학생이 없으니 폐교는 시간문제며 이들 학교의 학년 간 혼합수업은 흔하게 보는 현장이다. 후쿠시마 원전사태로 어렵긴 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국부(國富)가 넘치는 나라다. 개인은 가난하지만 국가가 가진 경제력은 가히 세계 최고로 쳐준다. 그런 일본도 고령화 저출산 문제만큼은 풀지 못하고 한 20년 흘러가니 인구·매출·일자리가 줄고 소비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이 겹치게 됐다. 한국은 일본보다 저출산·고령화의 기세가 더 매섭다. 이미 산부인과·소아과 병의원은 지고 노인 요양병원이나 전문장례식장이 뜨는 슬픈 호황이 대세다. 2015년엔 1인 가구(2010 11월 기준, 414만 2천)가 가장 주된 가구유형이 된다
이맘때 쯤 가장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흰 구름 따라 고향 길을 시간보따리를 풀어 놓고 걷는 것이다. 육신의 아름다움은 찰나다. 꼿꼿하던 등이 굽어지는 것도, 탄력으로 넘치던 우유 색 피부에 버짐이 붙고 잡티가 피는 것도 찰나다. `어제 온 고깃배가/고향으로 간다기에/ 소식 전하고파 갯가로 나갔더니/그 배는 멀리 떠나고/물만 출렁이내/고개를 떨구니 모래 씻는 물결이요/배뜬 곳 바라보니 구름만 뭉게뭉게/때 묻은 소매 보니 고향이 더욱 그립소`(노산 이은상 `고향생각`) 밤 바다가 나이만큼이나 무거운 듯하다. 새벽이슬같이 흩어 졌다가 밀려오는 파도 소리처럼 젖어드는 고향생각…. 버리고 온이도 못 잊을 고향인데 두고 온 마음이야 오죽하리까. 서울 탑골공원에서 멍하니 앉은 두 노인이 무척 낯이 익어
국회 인사청문회를 볼 때마다 돈 문제에 얽히지 않고 깨끗하게 성장한 인물이 이토록 없었던가 하는 절망감에 빠질 때가 있다. 이명박 정권 들어 인사 청문회에 등장한 인사들을 보면 더 한심하다. 연초 가졌던 장관 인사 청문회를 두고 신문가십은 `처갓집 청문회`라고 꼬집었다. 낳고 길러주고 공부시켜준 친가 부모는 쏙 빼고 처갓집 식구들하고만 부동산과 돈거래를 어떻게 했는지 놀랍다. 정권 말기가 되면 연례행사처럼 처벌을 받는 대통령 측근 인사 등 부패 공직자들은 고혹적인 미끼의 유혹을 견디지 못해 불판에 오른 붕어무리와 견줄만하다. 유비·관우·장비·조자룡·제갈공명 등 주요 인물들의 처세를 보면 살아가는 길이 보인다는 한 중국인의 얘기가 화제가 된 것도 이런 공직자들 때문일 것이다. 제갈량을 닮
에티오피아 어린이들이 하루 종일 커피 농장에서 죽자고 커피 열매를 따도 우리 돈 천 원 벌이도 안되지만 그런 일자리조차 구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지금 세계인들은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인들의 눈물 젖은 커피를 하루 20억 잔 이상 마신다고 한다. 우리나라역시 시장 규모 2조3천억이 넘는 세계 10위권 커피 소비대국이다. 국민 한사람이 연간 300잔(2008년 통계 228잔)가까운 커피를 마신다. 다국적 기업이나 패스트푸드 업계, 심지어 의류업계들이 커피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보면 시장상황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커피소비가 줄어드는 미국과는 정 반대다. 우리나라 도시 곳곳에는 새로운 형태의 커피하우스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맛볼 수 있어 질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 커
쑹화강(松花江)은 우리민족의 한이 깊게 서린 젖줄 같은 강이다. 해란강 일송정 용정 청산 연길 등 강물을 따라 붙는 이름들은 내 피붙이처럼 살갑게 다가서는 지명들이다. 박경리의 장편소설 `토지`나 안수길의 `북간도`를 통해서 더 친숙해진 간도(間島)와 만주 땅은 우리민족에겐 아련히 떠오르는 정신적 고향이다. 조선과 청나라 사이에 끼여 바다의 섬처럼 보이는 곳이라 해서 간도라 했다. 백두산에서 발원한 길이 2천여km의 쑹화강(松花江)은 간도를 가로질러 만주땅 동북평원을 돌고 돌아 지린(吉林)성과 헤이룽장(黑龍江)성을 적시고 러시아 아무르강을 만나 동해로 들어가면 끝이다. 연변이 함경도에서 건너온 동포들이 집단 거주하는 곳이라면 지린성 통탄구에는 경상도사람들이 많이 살았다. 최근까지(지린성
전 세계에 900여종이 퍼져있는 성게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생물 중 하나다. 경주 감포와 호미곶 일대에서 잡히는 말똥 성게가 가장 귀하다. 동해안에는 보라성게가 주로 서식하고 말똥 성게는 간혹 잡힌다. 성게 가시는 자신을 보호하고 이동하는 수단이다. 외모는 가시로 감싸 성질이 있어 보이지만 몸속에는 그윽한 향과 약간 쓴맛에 간을 함께 품는 고소한 성게알(巢)이 일품이다. 기원전 아리스토텔레스(BC 384~322)가 성게를 관찰하다 입가에서 저작기(咀嚼器, 씹는 기관)을 발견해 지금도 아리스토텔레스로 불린다. 성게 알은 단백질과 비타민 A, B2 및 철분이 많아 바다에서 나는 강장제이며 한방에서도 해담(海膽:바다의 쓸개)이라고 부른다. 기름지면서도 고소하고 바다 향을 가진 특별한 맛으로 인해
석가모니 부처는 북인도 보드가야에서 깨달음을 얻으시고 맨발로 걸어서 1천km도 더 떨어진 중인도, 지금도 유장하게 흐르는 갠지스 강 허리를 낀 바리나시(사르나트)에서 첫 법을 설 하시고 불국의 세계를 열었다. 2500년 전 세상을 떠난 부처는 지금도 허름하기 짝이 없는 1.5km의 농로 길을 따라 천문대처럼 둥근 창을 두른 인도 쿠시나가리 열반당에서 황금색 법의를 덮고 누워 계신다. 아난다 등 몇 제자들과 열반 여행길에 나선 부처는 고향 카필라를 100km쯤을 앞두고 대장장이가 올린 공양을 들었다. 상한 음식임을 미리 알은 부처는 다른 비구를 줄 것 없이 모두 가져오라고 욕심을 부렸다. 부처는 심한 식중독으로 고향 히말라야의 흰 눈이 보이는 열반당 언덕까지를 25번이나 걷고 쉬고를 되풀
춤은 원래 신에게 바치는 몸동작이었다. 21세기의 춤은 세대마다 자기를 드러내고 표현하는 새로운 언어로 변화했다. 앞가슴을 내밀고 살랑살랑 흔드는 원더걸스의 전성기 춤은 사뭇 남자를 유혹하는 고혹적인 동작이다. “소녀시대 일본 침공완료”라는 어느 신문 연예면 제목만큼이나 K-팝이 일본 열도는 물론 유럽까지 진동시켜 한류 열풍을 잇고 있다. 태국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만난 인디아 여인들이 한국인 관광객을 잡고 K-팝을 가르쳐 달란다. 지금 한국에는 걸그룹이 범람한다. 원더걸스, 소녀시대, 카라 등 선발주자를 바짝 뒤쫓는 그룹에다 데뷔의 기회를 노리고 밤낮없이 연습하는 팀도 숱하다고 한다. 독특한 안무와 개성 넘치는 노래, 고혹적인 의상으로 무장하고 경쟁에 뛰어들다보니 10대가 추기에는 민
무협지의 권· 검법은 모두 동물의 형태에서 따왔다. 소림사 승려들의 멋진 권법은 원숭이· 학· 뱀의 동작을 인간이 익혀 완성시켰다. 무림 고수를 떠올리게 하는 단어는 강호이고, 강호(장강과 동정호를 일컫는 말)라는 낱말을 등장시킨 중국에서도 설이 분분하다. 불가에서는 법력이 높았던 마조도일(馬祖道一· 709~788)이 장시(江西)에 머물렀던 시기로 추정할 뿐이다. 중국무협은 사마천의 사기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보면 2천년 역사를 지녔다. 협객의 역사로 그려 단순한 대중적 오락물이 아니라 하나의 중국 문화코드로 그린 것이 허풍이 심하긴 하나 여름밤 속독신공의 독서로는 단연 으뜸이다. 우리나라 무협지는 1961년에 가장 많이 읽힌 최인훈의 `광장`과 무협지의 신드롬을 일으켰다 할 `정협지`다. 그해는 군사정
대서(大暑)의 노기(怒氣)가 이글거린 7월이 어느 사이 물러가고 8월이다. 올 여름은 장마 뒤 폭우가 중부지방을 휩쓰는 등 날씨 변화의 기세가 매섭긴 했으나 입추(8일) 말복(13일) 처서(23일)가 이 달에 다 들어있으니 올 여름 더위도 이 며칠이 고비일 것 같다. 땀을 많이 흘리고 피로 누적도가 짙은 삼복은 사계절 가운데 양기(陽氣)를 가장 손상시키는 시기다. 이럴 땐 잘 먹는 것이 체력을 유지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양기를 소진시키는 염천을 잘 건너려면 무조건 잘 먹어야 한다. 배불리 먹으라는 것이 아니다. 패스트푸드보다는 되도록 영양가 높은 자연식을 먹어 체력안배에 소홀함이 없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세대 전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즐겼던 삼복 보양(補陽)음식은 보신탕, 삼
부처는 맨발로 걸었다. 길 떠나는 부처가 제자들에게 남긴 하직 인사는 “나무를 심어라”는 짤막한 말뿐이다. 태어난 인간은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암시일 것이다. 석가모니는 평생 동안 8억4천만 명에게 법공양을 하고도 지칠 줄 몰랐다고 한다. 부처가 사람을 피하지 않는 이치는 깨달음을 여는 길이다. 깨달음은 언어이전의 세계다. 8만4천이란 엄청난 양의 법문을 설파하신 부처도 열반을 앞두시고는 “나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시치미를 떼버린다. 그동안 부처를 온몸으로 따랐던 중생 입장에서 보면 환장할 노릇이다. 세상과 중생을 위해서 그 숱한 법문을 말씀하셨지 당신 자신을 위해서는 한마디도 하시지 않은 삶을 사셨기 때문이다. 근본에 이르는 길과 그 방편은 말과 글에 담을 수 있어도, 근본 그 자체는 말과 글이 끊
집무실은 물론 난 한 두 분이 없는 가정이 없다. 난은 고급 식물로 만 키우는 것이 아니다. 바라보는 관상의 대상에서 깨달음과 수양의 경지로까지 가는 독특한 정신세계를 이루는 마음수련 최고의 경지까지 함께 간다. 난을 두고 흔히들 은둔의 거사라고 높이 존중 할 만큼 우리 곁에 바짝 다가섰다. 포항MBC보도국 데스크로 재직할 시기이었으니 1980년대 후반 어느 봄 날로 기억된다. 같은 MBC 계열에서 근무하는 A씨가 숨이 넘어가는 소리로 도움을 요청했다. 며칠 전 경주 감포에서 춘란 세 쪽을 1억에 사서 서울에 가 감정을 받아보니 자생난이 아니고 육종에서 얻어진 돌연 변이형 난이니 사기를 당했다는 것. 그 시절 1억은 엄청난 가치를 지녔다. 1억 짜리 난이라면 호사가의 소장품이어서 내놓고 취재하기에도 조
철밥통하면 국가공무원이나 공기업에서 평생을 누리는 임직원을 가리킨다. 평생 부도나지 않고 시간만 채우면 봉급이 꼬박 꼬박 나오고 눈길을 홀리기만 해도 밥 사는 사람이 줄을 서는 이들 사회를 빗대어 하는 말이다. 중국선종에서 강한 선풍을 진작시킨 6조 혜능(慧能)이 오조 홍인(弘忍)으로부터 의발을 받을 때 나눈 얘기다. “방아는 다 찧었느냐”, “방아는 찧었지만 키질을 못하고 있다”고 대꾸한다. 그날 밤 삼경(三更), 혜능은 조사(祖師)의 신표(信標)가 될 의발가운데 발우로 받은 그릇은 철발(鐵鉢)이었다. 철밥통이라는 어원은 이때부터 생기지 않았을 까. 그릇은 담는 용기다. 그릇 사용처와 재질에 따라 사기로 만들면 사발이 된다. 국을 담으면 탕기, 탕기의 반쯤 크기면 조치보다. 김치를 담으면 보시기
비디오나 인터넷이 그랬듯 3차원 입체 영상이라는 최첨단 영상기술에 속도감 있게 달라붙은 신업종은 역시 포르노다. 3D영상은 더 야하게, 더 잔혹하게 화면을 습격하고 있다. 백남준의 예술세계처럼 아리송하고 혼란한 틈바구니에서 기품 있고 실력이 뒷받침되는 숙녀로 자라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대다수 어른들은 알고 있다. 일부 케이블 텔레비전 심야 프로그램은 포르노에 가깝다. 정부간섭을 심하게 받는 다고 할 지상파 텔레비전 방송사도 한몫을 단단히 한다. 이미 노골적인 생리대광고나 풍만한 가슴을 실체로 드러내놓는 브래지어 CF는 참을만한 지경이 돼 버렸다. 유명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노골적으로 채팅 유혹방법을 쓰는 것은 이제 예삿일이 아니다. 신문 만화만 들추면 그림 같은 호텔에서 섹스를 풍자하는 만화가
어머니의 손맛들은 이제 거의 사라지고 없다. 내 손이 마땅히 이어받아야 할 어머니의 손맛들은 서양식 공부에 신들리듯 흡수된 세대들로 인해 사라지고 있다. 동해안 손맛, 계절 맛으로는 은어와 도다리 물회, 말똥 성게 비빔밥을 최고로 친다. 시절 맛, 제철에 난 음식을 먹는 멋은 풍류다. 영덕 오십천, 울진 왕피천, 형산강 변 보리가 누렇게 익어 가면 가장 생각나는 음식이 강줄기에서 잡히는 보리 은어 맛이다. 강에서 잡힌 물고기는 비린내가 당연히 나지만 보리가 익어갈 때 잡히는 보리 은어는 심심산천에서 내려온 차고 맑은 물속, 강자갈에 얽혀 붙은 초록 이끼를 먹고 자라 비린내가 없고 수박향이 난다. 은어를 구워 먹으면 수박 향은 5리 길을 날아 갈만큼 진하다. 은어축제가 강에서 은어
“공공장소에선 금연표시가 없어도 금연은 기본입니다” 간접흡연까지 말리는 어느 공중파 방송사의 TV공익캠페인이다. 담배가 어느 사이 공공의 적이 돼 버렸다. 담배로 인한 사회적 손실액이 5조 6천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암과 같은 치명적인 건강문제나 산불, 화재 등 사회적 손실액은 이루 말 할 수 없을뿐더러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연간 8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폐해가 크나 놓지 못하는 게 또한 담배다. 담배는 17세기 초 일본을 통해 들어 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신 문명에 접근하는 속도는 예나 지금이나 빠르기가 같았던 모양이다. 조선왕조실록에 그려진 17세기 초, 담배가 들어 온지 얼마 되지 않은 저자거리 모습은 벼슬아치와 부녀자, 어린아이와 종에 이르기까지 너도 나도 담배를 피워 사회적 문제가 되
“5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있는 비취가락지다. 5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5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5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고 한 피천득의 5월도 지나쳐 버리고 벌서 6월의 한가운데로 들어섰다. 한껏 무르익은 봄은 가고 여름으로 접어들었으나 꽃의 자태는 더 관능적이나 먹는 꽃, 못 먹는 꽃이 있다. 50년은 넘게 되었다. 이른 봄 진달래 꽃 방망이를 만들어 산에서 내려오는 초립동들의 입가는 붉게 물들어 진다. 먹어도먹어도 배고픈 참꽃(진달래)을 따먹었기 때문이다. 진달래가 지면 경상도 방언으로 연달래 수달래(철쭉)가 핀다. 진달래꽃과 흡
부처님이 태어나신 북인도의 하늘에 뜬 별은 너무 아름답다. 마치 보석이 잔뜩 뿌려진 것처럼 총총 빛을 내뿜고 있다. 인도를 여행하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일주일간 인도를 여행한 사람은 책을 한권 쓰고 7개월을 여행한 사람은 시를 한편 쓰지만 7년을 산 사람은 아무것도 쓸 수 없다고 한다. 인도는 그만큼 다양한 문화를 지녔을 뿐 아니라 세월이 갈수록 더 신비해지는 나라로 해석된다. 인도에서는 평범하게 사는 시골 노인이라도 생사문제만은 철학가의 수준을 뛰어넘는 지식을 갖고 있다. 이러니 사두(힌두교 수행자)의 걸음걸이는 여유가 넘쳐서 생의 무게를 찾을 수 없다. 바리나시에서 만난 사두의 형형한 눈빛은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뿐 아니라 “어제 죽은 것으로 생각하고 오늘을 살면 모든 것이 편안해진다”
벼루는 재질이나 형태, 지명에 따라 이름이 붙여진다. 단계석으로 만들어지면 단계연이다. 석질이 좋은 단계연은 벼루 바닥에 떨어진 물방울이 사흘간 마르지 않아서 선비들로부터 애절한 사랑을 받았다. 운월연은 구름사이를 비집고 용이 승천하는 모습이며 장생연은 십장생이 부조돼 있다. 참외연은 줄기와 잎 새 사이로 참외 형태의 벼루 바닥이 만들어졌으니 실제 참외를 보는 것보다 더 아름답다. 벼루에 부조된 조각은 그 시대 최고 경지에 오른 조각가가 마지막으로 남기는 작품이어서 작품가치로서도 단연 으뜸이다. 옛 선비들은 좋은 벼루를 보면 집을 팔아서라도 내 것으로 만든다. 햇빛이 밝은 창 아래서 벼루에 먹을 갈면 방안에 퍼진 먹 향의 황홀감을 최고의 멋으로 여겼고 인격을 수양하는 길로 여겼다. 끼니걱정을 놓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