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좋아하거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는 뜻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 있다.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사람 사는 세상이면 어디에도 이런 현상을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필자가 학생 시절에 만원버스를 타면 학생들은 학교생활과 학업에 관한 이야기로 집중되었다. 막노동하는 사람들은 노동 현장 이야기를 끊임없이 했다. 장사꾼은 물건 사고파는 이야기를, 농부는 농사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요즘은 지하철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아마도 그 휴대폰에는 그 주인의 최대 관심사가 검색되어 세세한 정보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지만 나는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 중에 필자도 속한 줄 알았다. 그런데 한국 대 브라질 월드컵 축구 중계방송을 보면서 느낀 감정이 묘했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16강에 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한 감동인데 브라질 팀과의 경기에서 승리하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었으니 말이다.FIFA 랭킹 28위가 1위를 이길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했을 터이다. 그런데, 막상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을 향해 응원하는 마음은 ‘이길 수 있다’를 전제로 하고 있었다. 붉은악마 응원단이 카타르까지 출장응원을 왜 했겠는가. 아마도
필자에게는 유휴지를 이용한 칠십 평가량의 밭이 있다. 옛날에는 논이었다는데 경작하지 않고 너무 오래 방치해 둔 땅이라 잡목과 풀만 가득했다. 어느 날 트랙터를 빌려서 나무는 뽑아내고 밭으로 일구었다. 비록 내 소유의 땅은 아니지만 누군지도 모를 주인이 나타나면 그냥 돌려주면 될 일이었다. 하여, 유실수나 약초처럼 재배기간이 긴 작물은 심지 않고 당년에 수확하는 콩이나 들깨, 고추 정도만 재배했다. 그 땅을 경작한 지 벌써 삼십 년이 넘었다.올해는 검정콩(서리태)을 심었다. 11월 중순에야 콩대를 잘라놨다가 그저께 마당으로 옮겨 털었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어렵게 살아가는 한 남자가 있었다. 폐품을 모아 힘겹게 생활하는 중에 치매를 앓던 어머니마저 돌아가셨다.그 남자에게 남은 가족이 있다면 칠 년여를 함께 살아온 ‘똘이’라는 개 한 마리. 그 개에게도 남자가 유일한 가족이지만 갑자기 사라졌다. 왜냐면 어느 날 그 집에 화재가 발생해 집이 다 타버렸기 때문이다. 남자는 크게 화상을 입어 119구급차로 이송되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똘이 역시 화상으로 다리를 절룩거렸지만 아픈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오직 주인 남자가 없다는 것만이 관심이었다. 전소된 집터에
소리 즉 진동을 공기 중에서 감지하는 방법은 귀의 고막을 통해 파악한다. 마찬가지로 물속에서 발생한 소리도 진동(파장)으로 감지할 수밖에 없을 터이다. 따라서 물고기도 귀가 있는 것처럼 소리를 감지한다고 한다.물고기는 귀가 없어도 소리를 감지한다는데 어떤 형태로든 물에 의해 전달되는 파장을 알아차리는 기관이 발달해 있을 것이다. 더구나 물속에서의 진동은 공기 중에서의 그것보다 훨씬 더 멀리까지 전달된다니 놀랍다.한편 공기로 호흡하는 사람이나 짐승들은 공기 중에서 전달되는 소리를 귀로 듣는다. ‘귀’라는 기관은 너무 먼 곳에서 발생한
핼로윈 문화는 까마득한 옛날에 아일랜드 켈트족의 풍습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일종의 종교적 의식으로 죽은 사람의 영혼에 대응하는 풍속이 핼로윈데이로 정착했다고 한다. 19세기 중반 무렵 미국에 아일랜드 출신의 이민자가 늘어나면서 미국에서 핼로윈 축제가 빠르게 확산되었다. 근래에 와서 빼빼로데이, 화이트데이, 삼겹살데이, 밸런타인데이 같은 신종 문화가 한국에도 유행하여 축제 행사처럼 열리고 있다.이렇게 외국 문화가 한국에 들어오듯 한국 문화도 외국으로 많이 전파되고 있다. 이는 어느 한 국가라기보다 세계 모든 국가와 사람이 점차 어우러
마이클 샌델의 저서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카지노 업계의 대부인 억만장자 셀던 에이들슨의 경우를 보자. 그는 세계 최고 부자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간호사나 의사보다 수천 배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카지노 시장과 보건 시장이 모두 완전경쟁 시장이라고 할지라도 그 시장 가치가 그들의 사회 기여도를 나타내는 진실한 척도라고 볼 까닭은 없다. 그들이 소비자 수요에 얼마나 부응하느냐가 아니라 그들이 추구하는 목표의 도덕적 가치에 기여도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건강을 돌보는 일은 슬롯머신을 즐기고 싶어 하는 욕구를 충족시
죽도어시장에서 싱싱한 고등어를 샀다. 제법 큰 놈으로 세 마리나 샀으니 한꺼번에 모두 먹어치울 재간이 없다. 한 마리만 구워도 실컷 먹을 분량이라 나머지 두 마리는 바로 냉동보관을 했다.그리고 한 주간쯤 지나 바짝 냉동된 생선을 전자레인지로 해동시켜 구웠다. 어째 냉동시키지 않았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모양도 맛도 엉망이었다. 그렇다고 냉동된 상태로 바로 구울 수는 없지 않은가. 누가 가르쳐주기를 그러지 말고 냉장실에 옮겨 하루를 두었다가 구우라고 했다. 하여 남은 한 마리는 하루 동안 천천히 해동시켜 구웠는데 급하게 해동시킨
조금씩 시력이 나빠지다가 마침내 완전히 빛을 감지하지 못하는 여자가 있었다. 그래도 조금 어둔하고 느리지만 별 지장을 느끼지 않고 살았다. 왜냐면 지금껏 살면서 세상의 여러 가지 경험을 토대로 꾸준히 연습하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눈으로 보이는 것만 없을 뿐 신체의 다른 기능은 여전하여 본인이 느끼는 불편함은 크게 없는 듯 했다. 다만 조심스럽고 느릴 정도였다.1급 시각장애 때문에 결혼은 포기하고 혼자 살기로 작정했는데 어느 날 좋은 남자를 만났다. 장님 아가씨의 눈이 되어줄 요량으로 결혼을 제안한 남자가 있었다. 여자 쪽에서야 평생
필자 카톡에 올라온 아름다운 글이 있다. 좀 더 널리 공개하고픈 욕심이 발동한다. 지금 그 내용을 지면에 소개하려 한다.인터넷과 SNS를 통해 컴퓨터를 판매하고 있는 사장님이 경험한 이야기다.며칠 전 사장님이 어떤 아주머니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초등학교 6학년인 딸은 서울에서 할머니 보호를 받으며 어렵게 생활하고 있단다. 전화를 건 아주머니는 지방에서 따로 생활하는 중이지만 어린 딸에게 중고 컴퓨터라도 구입해 주고 싶어서 전화했단다. 열흘쯤 지나서 쓸 만한 컴퓨터가 나타났다.아이가 할머니와 살고 있다는 서울 주소로 컴퓨터를 싣고 갔
추석을 턱 앞에 두고 11호 태풍 ‘힌남노’가 몰려와 엄청난 피해를 남기고 사라졌다. 먼저 소중한 생명을 잃고 침수로 재난을 당한 모든 분께 진심어린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더구나 민속명절 한가위를 맞아 얼마나 상심이 크겠으며 추석인들 명절로 느껴질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부디 용기 잃지 마시고 이 재난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태풍 상륙 며칠 전부터 역대급 태풍으로 ‘사라’에 버금가는 진로방향과 위력이라고 모든 방송이 재난대비를 반복하여 알렸다. 필자는 태풍이 닥치기 전날(9월 5일) 감포 어느 바닷가에 갔었다.
선천성 일안실명이란 의학용어가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한쪽 눈을 실명했다는 말이다. 필자가 그런 예에 속한다. 그러나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처음부터 한쪽 눈은 멀쩡했으므로 무엇이든지 볼 수 있고 크기와 색깔 구분에도 전혀 지장이 없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무슨 까닭인지도 모르면서 완벽하게 인식할 수 있는 것이 글 읽기였다. 동화책을 비롯하여 만화, 소설 등 닥치는 대로 읽는 것이 가장 재미있고 편했다.단 한 가지, 어떤 물체와의 거리감을 식별하기가 곤란하다는 것은 중학교 시절에서야 느꼈다. 친구들과 유료탁구장에 갔는데 탁구 게임을 전
길과 하천이 나란히 양동마을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다. 대부분의 마을사람들과 관광객들은 이 길을 걸으며 하천에 눈길을 보낸다. 하천을 가득 메우고 있는 수생식물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물옥잠을 비롯하여 개구리밥, 수련, 창포와 부들, 물달개비, 부레옥잠 등이 뒤섞여 살아가는 모습이 매우 정겹고 평화로워 보인다.그런데 며칠 전, 이 하천 준설작업을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안전경비원들은 준설작업에 불편함이 없도록 신경을 쓰고 혹시 쓰레기라도 나오면 수거하라는 지침이 있었다. 필자는 속으로 ‘범람할 하천도 아닌데 바닥을 중장비로 긁어
어느 농장 마구간에서 소가 크게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주인은 벌써 발정기간인가 하고 수정일정을 살핀다. 수정 기록을 보면 발정이 오기에는 아직 기간이 남아있다. 보통은 소가 저렇게 울면 발정이거나 몹시 아픈 경우가 많은 줄 알기 때문에 걱정이 된다. 혹시 다치기라도 했나 싶어 몸 상태를 살펴봐도 소리를 지를 만한 이상 현상은 발견하지 못한다. 그래서 발정에 약간의 시간차가 있기도 하니까 조금 일찍 발정이 온 걸로 생각한다.주인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휴대폰으로 수정사에게 전화한다. 아직 발정기에 들려면 며칠 남았는데 소가 자꾸 소리
얼마전 양동민속마을에 국악공연이 있었다. 오후 7시에 공연을 시작하는데 4시 경에 도착하여 장비와 소품들, 음향에서 조명까지 부산하게 움직였다. 체험관 마당이 제법 넓은데 마당에 의자를 가득 늘어놓았다. 오후 7시면 관광객은 거의 없고 양동 마을사람들뿐인데 관객이 얼마나 될까 걱정스러웠다.필자는 관람료를 지불해가며 공연을 찾아다니기도 하는데 여기까지 와서 무료공연을 한다니 놓칠 수가 없었다. 각종 장비와 시설을 배치한 후 최종 리허설을 하면서부터 필자는 휴대폰으로 동영상과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대단히 기대를 하며 앞자리에 앉아 본
스펜서 존슨이 저술한 ‘선물’이라는 책이 있다. 한 소년이 성인으로 성장하면서‘세상에 가장 소중한 선물’을 찾아가는 과정이 저술된 책이다. 독자로 하여금 그 여정을 따라가며 감정을 함께 공유하게 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그 선물이라는 것은 노인이 들려주는 신비스러운 이야기다. 노인은 그야말로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얘기하면서 소년에게 궁금증과 기대를 한껏 심어준다. 그러나 소년은 매번 현실에서 장애물에 부딪친다. 그럴 때마다 다시 노인을 찾아가 선물을 찾게 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노인은 이렇게 말한다.“그 선물은 누가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잡담을 나누는 중에 ‘부자가 되는 방법’이 화제가 되었다. 한 선배가 조금은 엉뚱하다 싶은 방법을 제시했다. ‘부자가 되려면 정리정돈을 잘 해야 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니까 돈을 많이 모으려면 돈이 차곡차곡 쌓여있어야 한단다. 즉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는 돈은 정리가 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그것이 현금이든 주식이든 또는 사업이든 직장 업무이든.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닌 듯했다.현금이나 주식은 적재적소에 명료하게 사용되어야 하고, 개인사업은 빈틈없는 설계와 함께 야무지게 관리할 수 있도록 정돈할 필요가 있다
남극에서 빙하를 연구하던 과학자들이 이상한 현상을 목격했다. 바다에 떠 있던 얼음 조각들이 거세게 몰아치는 바람에 떠밀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유심히 살펴보니 바람에 밀려가는 방향에 반대로 거슬러 움직이는 얼음 덩어리가 있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이상하게 생각하여 조사해 보았다. 어렵지 않게 그 까닭을 알 수 있었다. 바람을 거슬러 거꾸로 움직인 것은 빙산이었던 것이다. 빙산은 수면위로 드러난 부분이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물속에는 엄청난 크기의 얼음산이 있기 때문이었다. 비교적 덩어리가 작은 얼음조각들은 바람이 부는 대로 떠
우울증으로 고생하던 한 청년이 있었다. 그는 지독하게 가난했다. 한 때 기름때 찌든 작업복을 입고 기계를 고치러 다니는 일도 했고,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사과를 팔기도 했으며, 산동네 판자촌을 돌아다니며 양말을 팔기도 했다.그에게는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다. 화가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림을 사주는 사람이 없었다. 마로니에 공원과 도서관 앞에 그림을 펼쳐 놓았지만 누구도 관심을 가져 주는 이가 없었다. 그러나 낙심하지 않았다.그는 그림 다음으로 글쓰기를 좋아했다. 야간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7년에 걸쳐 글을 썼다. 나중
며칠 전, 아홉산 숲에 다녀왔다. 규모가 약 오십삼만 평방미터에 달한다고 하니 수목원을 방불케 한다. ‘아홉 봉우리’에서 이름 지어진 이 독특한 숲에는 적송, 편백나무, 삼나무, 서어나무, 맹종죽 등이 무리지어 있다. 개인명의(남평문씨)로 조성되고 가꾸어 왔는데 현재는 ‘아홉산 숲 사랑 시민 모임’을 통해 관리되고 있다.가장 인상적이고 대표되는 수종이 대나무였다. 대나무는 땅속줄기(뿌리 줄기)에 마디마다 뿌리와 싹을 갖추고 있다가 삼사 년이 지나면 싹이 자라나온다. 성장 속도는 점차 가속된다는데 땅 밖으로 나타날 무렵에는 하루에 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