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태수필가
조현태
수필가

길과 하천이 나란히 양동마을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다. 대부분의 마을사람들과 관광객들은 이 길을 걸으며 하천에 눈길을 보낸다. 하천을 가득 메우고 있는 수생식물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물옥잠을 비롯하여 개구리밥, 수련, 창포와 부들, 물달개비, 부레옥잠 등이 뒤섞여 살아가는 모습이 매우 정겹고 평화로워 보인다.

그런데 며칠 전, 이 하천 준설작업을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안전경비원들은 준설작업에 불편함이 없도록 신경을 쓰고 혹시 쓰레기라도 나오면 수거하라는 지침이 있었다. 필자는 속으로 ‘범람할 하천도 아닌데 바닥을 중장비로 긁어 버리면 저 수생식물들과 하천 경관은 어쩌지’하고 걱정을 했다. 사실 이 하천은 마을에 내린 빗물이나 폐수만 흐르는 작은 도랑이지만 보기에 좋고 안전한 하천으로 과대하게 정비한 모습이 역력히 보인다. 이러한 염려는 관광객들도 같았던 모양이다. 지나가던 관광객들이 하나같이 물었다. 퇴적물도 없는데 잘 살고 있는 물풀은 왜 걷어내느냐고 말이다. 나를 시행기관이나 공사업자 측과 관련이 있는 사람으로 잘못 알고 내게 질문하는 것 같았다. 대답이 궁색했다. 글쎄요, 나도 같은 생각인데 관계기관에서 시행하는 공사라 어쩔 도리가 없다고 했다.

여기서 생각해보면 입장이 모두 다르다. 준설업자는 보유하고 있는 중장비로 기관이 원하는 만큼만 작업하고 그 대금을 받는 사업가다. 그러므로 왜 준설을 해야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탈 없이 작업을 마치면 된다. 그래서 제방 둑으로 쌓은 돌 축대가 상하지 않게 조심하고, 지나는 차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굴삭기가 비켜주는 상황이 수시로 이어졌다.

시행기관은 오직 경관이 좋아야 한다. 범람에 대한 대책은 애초에 과대정비로 해결했으니까. 그리고 관광객에 대한 안전은 준설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물이 더 깊어지거나, 추락할 위험요인을 더 추가하지도 않으면서 살짝 긁어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관광객은 멀겋게 바닥을 헤집어놓은 것보다 풀들이 파랗게 자라고 있는 모습이 더 평화롭게 보이고, 갖가지 꽃들이 싱싱하게 피고 있으니 더 아름다워 보였을 게다. 그런데 왜 비싼 용역비를 지불해가며 볼거리를 없애는지 알 수가 없을 터이다.

한편, 필자의 입장에서는 최저임금으로 채용된 6개월짜리 임시직으로 윗선에서 시키는 일을 충실하게 할 따름이다. 경관이 어떻고 비용이나 결과가 어떻다고 왈가왈부할 입장이 아니다. 준설한다는 결정은 이미 했고 안전하고 깨끗하게 작업하도록 살펴보라는 지시만 받았을 뿐이다.

어느 입장에서 보더라도 각각 나무랄 사항이 아니다. 나름대로 생각하는 기준이 따로 있고 진행하는 과정도 다를 수 있다. 대부분의 수생식물들은 걷어낼 때 무자비하게 보이지만 드문드문 빠트린 뿌리만으로도 다시 활착하여 살아난다는 것을 나도 관광객도 몰랐다. 준설을 마치고 사흘이 지난 지금 왜 준설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양동마을은 대한민국이 돌아가는 축소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