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채용’이란 말이 있다.눈을 가린다는 영어 블라인드(Blind)와 채용을 합친 개념이다 채용할 때 학력, 경력 등의 흔히 스펙이라고 불리는 요소를 보지 않고 그 사람의 인성, 업무와의 적합성 등을 고려하여 채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학력이 철저히 배제된다.2017년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를 제시했으며, 소위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을 위한 블라인드 채용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엄격히 말하면, 문 정부의 ‘블라인드 채용’은 성별, 학벌, 출신지역 등에 대한 의무할당제를 포함한 채용이므로 블라인
“오늘 포스텍 전화 추합 몇 시에 시작하는지 아실까요?”“카이스트 빠지는 분 계시면 빨리 알려주세요 ”요즘 유명 이공계 학생, 학부모 카페에는 이런 애타는 목소리로 가득하다.추합이란 ‘추가 합격’의 준말인데 한국 입시 시즌의 독특한 풍경이다.카페에는 ‘추합을 위한 빠져요’라는 보드가 따로 설치되어 있어 정보를 주고 받는다. 한마디로 교육부가 대학 정원을 틀어쥐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코미디 같은 풍경이다.학부모들과 학생들이 애간장을 태우면서 자기가 원하는 대학이 다른 수험생에 의해 ‘빠지기’를 눈에 빠지게 기다린다. ‘빠진다’는 말은
2022학년도 수능을 치른 입시생 중에 생명과학Ⅱ를 선택한 수험생들은 과목 성적이 공란인 채 수능 성적표를 받았었다. 출제 오류 논란이 벌어진 한 문제를 놓고 수험생들이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에서 모두 정답 처리하라는 결정이 나왔다.이 상황으로 수능 최저학력 등급이 걸린 수시는 물론이고 정시모집 일정에도 혼란이 우려된다.입시 출제 논란의 효시는 1965년 중학 입시의 ‘무즙 파동’이다. 필자는 ‘무즙 파동’을 직접 겪은 세대이다.당시 ‘엿 만들 때 엿기름 대신 넣어도 좋은 것’을 고르는 문제가 출제됐다. 발표한 정답은 디아스타아제였는
“존경하는 000 위원님”이런 명칭을 국회 청문회나 국회 본회의에서 자주 듣는다. 듣기에 따라서는 거북하기조차 하다. TV를 보면 국회 청문회에서도 사회자가 국회의원을 부를 때 “존경하는” 이란 말을 이름 앞에 붙여서 사용하는 것을 흔히 본다.시청자가 볼 떄 서로간에 별로 존경스럽지도 않은 분위기에서 이런 단어를 들으면 별로 기분이 좋지 않다.영어에도 ‘Honorable’, ‘Excellency’ 라는 단어를 이름 앞에 붙여서 상대를 높혀서 쓰기도 한다. 상대 국가의 대사에게 편지를 쓸 때 자주 사용한다. 대부분은 서로 공식적인 국
“국민 98%는 종부세 청구서를 받지 않는다.” 정부가 크게 뛰어오른 종합부동산세(종부세)의 고지서를 받아들고 낙담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외친 말이다. 고지서를 받아든 국민이 약 100만이니까 5천만 인구의 2%라는 뜻이다. 일견 듣기에 “종부세 내는 사람은 2%밖에 안 되는구나. 많지 않네”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통계의 함정이다.거꾸로 이런 질문을 해보자. “종부세를 낼 사람의 모집단의 크기는 얼마인가?” 어린아이나 청소년 등 또한 자기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인구를 제외한다면 이 모집단의 크기는 1천만 이하일 수 있다.
미국 서북부에 캐나다 밴쿠버와 맞닿은 시애틀이란 도시가 있다. 도시 인구는 포항보다 약간 많고 메트로로 크게 확대하면 경북 인구 정도가 된다.어찌 보면 포항과 경북의 관계와 비슷하다. 1800년대 중반 목재집산지에 불과하였으나 타코마와의 사이에 철도가 개통되고, 1900년대 중반 비행기 제조업체 보잉이 들어서면서 이 지역은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그러나 보잉으로 단순화된 산업구조는 다양화된 경제구조에 대응하지 못하고 고전하였다.그리고 1970년대 획기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 소프트가 둥지를 틀면서 스타벅스 아마존
최근 모 국회의원이 자기가 나온 대학을 “지방대”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세간의 비판을 받고 있다. 해당 대학 학생과 졸업생들은 모 의원의 사과를 요구하고 의원실로 연일 항의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그 대학은 사실 수도권에 있어서 지방이라고 말할 수 없는데도 소위 세간의 ‘인서울’에 대한 우열감으로 지방대로 분류하고 있는 모양새이다.해당 의원은 과거에도 ‘지방대 출신임에도 KBS 아나운서에 합격할 수 있었다’는 취지의 표현을 사용한 사실이 있는데 이번에는 자신의 SNS를 통해 ‘블라인드 채용법’ 발의를 예고하며 지방대를 졸업했지만 블라인
1968년 미국 하버드 대학의 로젠탈 교수는 상당히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지능측정 검사(IQ)를 실시한 후 결과에 상관없이 무작위로 뽑은 몇 명의 학생들에게 검사결과가 최상이라고 통지하고 선생님이 이들을 칭찬하게 하였다.그 결과는 놀라웠다. 1년 후 이 학생들의 학습효과는 현저히 증가하였고 성적은 물론 IQ도 향상되는 기적과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이것이 그 유명한 로젠탈 효과이다. 남이 알아주고 칭찬해 주면 개인의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논리이다.포스텍은 지난 10일 발표된 중앙일보 대학 평가에서 이공계 분야 국내
얼마 전 백내장 수술을 하면서 너무 인상적인 의사를 만난 경험이 있다. 갓 의대를 졸업했지만 너무 총명하고 친절하여 너무 믿음직스러운 의사였다.미국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의사들의 총명성은 신뢰를 주기에 충분했다. 미국도 의대생들의 학력 수준이 높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한국에서도 의대생의 실력은 대학을 막론하고 최상위권 학생들이 가는 곳이다. 의과대학을 향한 학생들의 열기는 뜨겁다. 이제는 전국적으로 의대는 최상위권 대학의 이공계보다 그 합격선이 높다고 한다.그런데 한편 의대 광풍의 사회문제도 한번 짚어볼 만하다. 요즘
요즘 ‘깐부’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국영화 ‘오징어게임’에서 나오는 ‘깐부’라는 단어가 주는 친근감 때문이다.필자도 어려서 구슬치기, 딱지치기, 말타기 등의 놀이를 하면서 같은 편 친구를 ‘깜보’라고 부르던 기억이 난다.깐부는 깐보, 깜보, 깜부 등 여러 가지 변형되어 지역마다 다르게 불리운다.깐부의 어원은 여러 가지 설이 있다.영어의 ‘콤보(combo)’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고 늘 밖에서 같이 뛰어놀아 가무잡잡해진 친구를 가리키는 순수한 우리말이라는 설은 1986년 나온 까무잡잡한 장두이 주연의 ‘깜보’라
옛 중국에 전국에서 그의 그림을 구경하러 올 정도로 그림을 잘 그리는 고개지라는 사람이 있었다.그런데 그는 사탕수수를 늘 단맛이 적은 줄기부터 먹었다. 그 모습을 보고 옆에 있던 친구가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고개지가 “갈수록 더 좋은 경치를 보고 싶은 것처럼, 갈수록 더 단맛을 느끼고 싶어서 그렇다네”라고 말한 데서 유래한 점입가경은 어떤 일이나 풍경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재미있어지는 것을 의미한다.내년 3월 9일로 예정된 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들의 레이스가 점입가경의 맛을 주고 있다.이번 경기도 국정감사는 경기도지사인 이재
뇌물과 관련해 30여 년 전 포스텍에 조교수로 부임 당시 당황했던 여러 기억들이 있다.우선 미국생활을 청산하고 귀국했을 때 짐을 부산세관에서 찾았는데 먼저 와있던 교수들이 뇌물을 줘야 한다고 조언을 해줬다.짐을 찾는 당일 부산세관에 도착하여 도착 짐을 점검할 때 쓰던 헌 물건은 세금이 없고 새로 사온 물건은 세금을 매기는데, 새것인지 헌것인지를 판단하는 게 세무원 마음대로였다. 새것, 헌 것을 판단하던 세무원은 필자를 데리고 창고 뒤편으로 가자고 했고 선배 교수들의 조언은 현실로 다가왔다.포항에 도착해서 운전을 하는데 포스코 앞에서
필자가 어릴 적인 60년대에는 지금같이 오락 기구도 많지 않고 장난감도 많지 않던 가난하던 시절이라 몸으로 때우는 놀이를 많이 했다.골목길에서 친구들 등에 타는 말타기, 술래를 정해서 숨는 다방구, 다리를 들어올려 싸우는 닭싸움, 딱지 치기, 자치기, 팽이돌리기, 여자 아이들은 고무줄 놀이, 공기 놀이 등을 즐겼다. 사실 거의 준비물이 필요하지 않는 놀이들이다. 학교 앞에는 해삼, 멍게를 엄마가 쓰는 핀으로 찍어먹는 장사꾼 옆에는 달고나 장사가 있어 입으로 별모양, 삼각형 모양 등을 잘 발라내면 한 개를 더주곤 하는 놀이도 있었다.
40여 년 전인 1978년 애플이란 회사는 애플2라는 인류 최초의 개인형 컴퓨터 PC를 만든다.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의 작품이다.그전까지 컴퓨터는 대형컴퓨터로 주로 데이터 관리에 사용되었고 경영 하부층에서만 상부 보고용으로 주로 사용됐다. 그러나 PC가 출현한 이후 의사결정에 컴퓨터가 활용되기 시작했고 경영 상부층에서도 그들의 데스크에 놓고 컴퓨터를 쓸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의사결정 시스템(DSS)이 출현한 것은 PC의 출현에 의해 가능했다.1981년 마이크로 소프트의 운용체제를 장착한 IBM PC에 밀려나긴 했어도 애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의 수령자 대상의 90%가 벌써 수령을 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아직 신청까지는 한 달 여가 남아있지만 빠른 수령 속도이다. 개인당 25만원씩 지급되는 국민지원금의 효과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도 그렇게 하니까 우리도 그렇게 한다라고 정당화 시킬 수는 있을 것이다. 타이밍이 묘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 표를 의식한 선심이 아닌가라는 이야기도 있다. 나랏돈을 효과적으로 써야 한다는 명제에는 진정한 애국심과 국민사랑, 나라사랑이 바탕이 돼야 한다. 정당이나 자신들의 표를 의식하여 선심
제3회 현은 강좌가 15일 포스텍에서 온라인으로 열렸다. 이번 강연은 김성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강사로 초청돼 ‘한반도의 평화 정착 방안’이라는 제목으로 펼쳐졌다. 36년간 외교통으로 경험한 김 장관의 식견은 이공계 학생들에게 적잖은 반향을 안겨줬다.현은 강좌는 이공계 학생들에게 인문사회학적 소양을 키우고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히기 위해 산업경영공학과의 세미나의 일환으로 시작됐으며 3년 전 도입했다.2018년 1회는 최근 상지대 총장으로 임명된 전 홍석우 지경부 장관, 2019년 2회는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이 맡았고 작년에는 코
미국 직장에서 나이를 언급하는 것은 금기시 되어 있다. 입사 원서에도 나이를 쓰지 못하도록 되어 있고 나이가 승진 등에 기준이 되지 않는다.미국대학은 한국대학처럼 65세에 정년 퇴임하지 않는다. 각 교수가 판단하여 자기가 역할을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다가 스스로 은퇴한다.지난주 한국에서는 충격적인 일이 일어났다. 원로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를 향해 “너무 오래 살았다. 100세 정도에는 판단이 흐려진다. 오래 사는 것이 위험하다는 옛말이 생겨난다. 약 80세 정도가 그런 적정 수명 한도선이 아닐까 생각한다”라는 취지로 발언한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 회의가 일상화 되고 있다. 강의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TV로 중계되는 연예행사들도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삶에 필수적인 것이 PC(개인용 컴퓨터)이다.필자가 PC를 처음 본 것은 미국 유학 초창기인 80년대 초반이다. 사실 애플은 1978년에 애플2라는 PC를 내놓기는 했으나 IBM이 1981년 PC를 만들어 빌 게이츠가 만든 MS-DOS라는 운용체제를 내놓은 것을 최초로 여긴다.유학생들은 80년대 중반 PC를 구입하여 숙제나 프로젝트에 사용했다. 당시 PC는 플로피 디스크를 사용하는 방식
캠퍼스에 학생이 사라진 지 2년째 되어온다.대학 시절을 생각하면 친구들과 잔디밭에서 기타 치며 카드놀이 하던 생각, 체육대회 때 농구경기에서 부상당하던 일, 기숙사 파티에서 노래 부르던 기억들이 아름답게 추억과 함께 인생의 즐거운 편린으로 남아 있다.이제 캠퍼스에는 그런 모습이 없다.대학의 가을학기 개강이 한 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강의실 문은 여전히 닫혀 있다. 정부의 코로나19 4단계 방역시책이 계속되고 있으니, 이번 학기에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만나기는 또 어려울 전망이다.필자도 2년째 비대면 강의를 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학생
작고하신 부친의 가훈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였다. 글자를 새긴 명판을 거실에 걸어놓곤 하셨다.자기 스스로 노력하지 않는 자는 하늘도 돕지 않는다는 교훈은 어려서부터 귀에 박히도록 새기게 되었다.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으로 대혼란이 빚어지고 있다.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탈레반의 수도 카불 장악 이후 카불 탈출의 대혼란이 벌어지는 가운데서도 아프간 전쟁을 끝내기로 한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는 “1조 달러가 넘는 돈을 써가면서 30만 명의 아프간 정부군을 훈련시키고 무장시켰지만 탈레반에 무기력했는데, 미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