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뇌물과 관련해 30여 년 전 포스텍에 조교수로 부임 당시 당황했던 여러 기억들이 있다.

우선 미국생활을 청산하고 귀국했을 때 짐을 부산세관에서 찾았는데 먼저 와있던 교수들이 뇌물을 줘야 한다고 조언을 해줬다.

짐을 찾는 당일 부산세관에 도착하여 도착 짐을 점검할 때 쓰던 헌 물건은 세금이 없고 새로 사온 물건은 세금을 매기는데, 새것인지 헌것인지를 판단하는 게 세무원 마음대로였다. 새것, 헌 것을 판단하던 세무원은 필자를 데리고 창고 뒤편으로 가자고 했고 선배 교수들의 조언은 현실로 다가왔다.

포항에 도착해서 운전을 하는데 포스코 앞에서 속도위반으로 경찰이 불렀다. 그런데 경찰차는 골목으로 필자의 차를 유도했다. 경찰은 손을 내밀었다. 이런 경우는 서울 외곽에서 차를 몰다 똑같은 경우를 당했다.

미국 생활 9년 동안 보지 못했던 일들을 겪으면서 충격이 너무 컸기에 지금도 그 상황이 뚜렷이 기억난다.

2000년대로 들어오면서 이러한 뇌물 관습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제 관공서나 경찰이 뇌물을 요구하는 현상은 거의 없어졌고 공무원들은 깨끗해 졌다.

그런데 “아직도 뇌물인가?”라는 탄식이 나오는 사건이 터졌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불법성이 한참 화제가 되고 있다. ‘화천대유’라는 이상한 이름을 가진 자산관리회사가 자본금 5천만원을 출자해 대장동 개발 관련 자산관리를 맡음으로써 총 4천억원의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이 사건에는 공무원, 언론인, 정치인, 법조인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이들이 불법을 저지른건 명확해 보인다. 수사를 통해 뇌물과 배임이 상세히 밝혀지겠지만 이러한 비리가 합법적인 사업처럼 보이도록 역할을 한 사람들이 문제이다. 여러 명에게 50억의 뇌물이 오고 갔다고 하고 한 정치인의 아들은 퇴직금으로 50억을 받았다고 한다.

한 대법관은 대법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한 정치인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무죄 취지 판결을 주도한 후 이 회사의 고문으로 취직을 했다는데 아연실색을 하게 된다. 두 사건이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겠지만, 이 문제도 반드시 수사에 의해 밝혀져야 할 중요한 사건이다.

아직도 뇌물이 통하는 사회를 우리는 벗어나지 못헀다는 생각이 암담하게 다가온다. 말단 공무원에서 뇌물은 크게 줄어들어 깨끗하게 보이는 사회가 이러한 거물 관료인, 정치인, 언론인들의 네트워크 속에서 독버섯처럼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이들은 또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강변할 것이다. 그 강변의 단계에서 수백억 아니 그 이상의 엄청남 비용을 변호사 비용으로 쓸 것이다.

사익을 위해 공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관료 정치인들 그들이 이 사회에 존재하는한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멀어 보인다.

30여년 전 이 땅에 도착하여 “과연 이 나라에서 살 수 있을 지?”라고 고민하던 귀국 학자의 고민은 아마도 다시 이 나라 젊은이들의 가슴에 다가올 것이다.

공정하고 빠른 수사를 통해 이런 고민들을 씻어줄 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