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제3회 현은 강좌가 15일 포스텍에서 온라인으로 열렸다. 이번 강연은 김성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강사로 초청돼 ‘한반도의 평화 정착 방안’이라는 제목으로 펼쳐졌다. 36년간 외교통으로 경험한 김 장관의 식견은 이공계 학생들에게 적잖은 반향을 안겨줬다.

현은 강좌는 이공계 학생들에게 인문사회학적 소양을 키우고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히기 위해 산업경영공학과의 세미나의 일환으로 시작됐으며 3년 전 도입했다.

2018년 1회는 최근 상지대 총장으로 임명된 전 홍석우 지경부 장관, 2019년 2회는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이 맡았고 작년에는 코로나로 열리지 못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소크라테스와 오후를 보낼 수 있다면 나의 모든 기술을 넘길 수 있다.”고 말하며 이공계의 인문학적 소양을 강조했다. 그는 늘 애플 제품은 인문학과 기술의 융복합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애플 제품은 상품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발전시키고 싶어했다.

취업을 중요시하는 전공선택에서 인문학의 인기 추락이 최근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인문학 부침은 문학이나 역사, 철학을 전공해서는 취업이 안 된다는 게 문제였다. 대학평가에서 취업률이 중요 잣대가 된다고 하니 대학들은 앞다퉈 관련 학과를 통폐합하고 정원을 감축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몇 년 전 포스텍의 인문사회학부 확대 발전은 주목된다. 포스텍은 인문사회학부 과정에 융합문명, 과학기술, 경제금융 3가지 정도 부전공을 만들고 대학원도 만들어 문화 데이터, 사회조사 데이터, 인터넷 데이터 이런 것을 분석해 사회적 추세나 인식구조를 잡아낼 수 있는 데이터 사이언스라는 전공 과정을 두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발표했고 실천해 가고 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인문사회학에서 포스텍의 역할을 확대하고 과학도 등의 현실감각을 키우겠다는 야심에 찬 계획이다.

대학생이라면 자아와 세계를 보는 안목이 뚜렷해야 한다. 그들은 최고 학부를 다니는 지성인이며 미래 사회의 역군이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은 전공에 관계없이 사회를 이끄는 통합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 인문사회계 학생들도 이공계의 기술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며 이공계 전공자도 마찬가지이다. 이공계 전공자들이 전문 지식만 갖춘 기술자로 도식화되어서는 안 된다. 최근 문과, 이과 구분을 없애는 분위기도 이런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필자도 이공계 대학을 나와 산업공학과 경영학으로 대학원을 다니면서 이공, 인문사회계의 통합적 사고에 크게 공감하고 있다.

20년 전부터 포스텍에서는 김영걸 명예교수께서 설치한 항오 강좌가 이러한 역할을 해왔다. 그동안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이홍구 전 국무총리, 이석채 KT회장 등 주로 경제, 정치 전공자들의 강좌를 제공했다.

현은 강좌가 기존의 항오 강좌와 함께 포스텍 학생뿐만 아니라 전국의 이공계 학생들의 인문학적 소양 배양에 크게 기여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