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책방 안 작품 전시회.
포항 효리단길에 있는 달팽이 책방에서 야생초를 사랑하는 정현주 작가가 소담스럽게 준비한 그림과 글 그리고 꽃 사진이 오는 4월 3일부터 5월 31일까지 전시된다.

해당 전시가 열리는 달팽이 책방은 독립 서점이다. 독립서점이란 도서관이나 대형서점에서 책을 분류할 때 쓰는 한국 십진분류법(KDC)의 표준체계를 사용하지 않고 서점 주인의 취향에 맞게 도서를 구비 하는 작은 서점을 말한다. 대형 서점과 달리 고객이 구매한 서적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며 음료와 다과, 소품 등의 판매로 부가적인 수익 창출도 가능하다. 달팽이 책방의 한쪽 모퉁이에는 이 서점만의 감성이 담겨있는 작품들이 항시 전시되어 있다. 서점 주인의 감성에 맞는 작품이라면 작가가 프로든 아마추어든 상관하지 않는다. 이처럼 독립서점은 고객들을 위한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위해 작품 전시 및 도서에 대한 토론 장소로 제공되기도 한다.

온라인 서점의 성장으로 오프라인 서점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지금, 대형서점과의 차별화로 2000년 대 후반부터 코로나 불황 속에서도 개체 수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지역마다 개성 있는 매력을 어필하는 독립서점을 찾아 감성 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생겨났다.

4월 3일부터 달팽이 책방에 작품을 전시 할 정현주 작가는 전혀 유명하지 않다. 그는 자연을 아끼고 야생초를 사랑하며 방송대 농학과 졸업 후 경주에 위치한 경북산림환경연구원에서 숲 해설가로 일하고 있는 평범한 소시민이다. 그러나 그녀의 꽃 사진은 유명작가들의 사진 이상으로 사랑과 정성, 그리고 무엇보다 진실한 감성을 담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의 고요를 자아낸다. 달팽이 책방 주인의 권유로 혼자 두고 보기 아까운 작품들을 공유하기 위해 전시를 준비하면서도 ‘유명작가도 아닌데….’ 라며 망설이고 또 망설였다.

김수현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에서 ‘유럽 어느 술집의 한 바텐더는 여행자에게 자신을 시인이라고 소개했다. 여행자가 “당신 이름으로 나온 시집이 있나요?”라고 물었을 때 바텐더는 “‘아뇨. 시집을 낸 적은 없지만, 시를 쓰기 때문에 시인이죠’라고 답했다”라고 했다. 이는 문화의 차이다. 우리는 문단에 등단을 하며 타인에게 인증을 받아야만 시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유독 타인의 삶에 관심이 많다. SNS(Social Network Service)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화려한 삶을 호기심으로 들여다보며 얻는 것은 사실 위로보다 비교로 인한 비참함이다. 경제 수준은 높지만 행복도가 낮은 한국은 집단주의 사회가 주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문화 속에 있다. 이제는 타인에 대한 관심과 참견을 버리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인정하는 ‘자존감’을 가지는 사회적인 변화가 필요한 때다. 유명한 시인이 아니더라도 시를 쓰기에 시인이듯,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만으로 정현주 작가는 유, 무명을 떠나 작가로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번 봄, 자신의 작품을 처음으로 펼쳐내는 정현주 ‘작가’의 전시를 관람하러 달팽이 책방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정현주 작가의 맑은 기운이 담긴 소박한 글과 그림과 꽃 사진이 전시되는 동안 달팽이 책방을 찾는 모든 이에게 평온한 기운이 전해지기를 기대해본다. 작가의 작품을 엮은 책 ‘木·花 숨결’과 엽서도 판매한다. /박귀상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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